캐나다가 미국산 제품 200억달러 규모에 대한 보복관세를 8일 0시 1분부터 발효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관세율은 품목에 따라 15%에서 50%까지 적용된다.
관세 대상에는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 장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이 포함됐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8월 22일부터 캐나다산 제품 200억달러 규모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 정부는 관세 발효 당일 캐나다로 운송 중인 미국산 제품에는 이번 보복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은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산 자동차와 원자재에 새로운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캐나다가 수년간 미국을 이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관세는 하키 스틱과 시멘트 등의 품목에도 적용됐으며,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5%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무역갈등이 외교적 긴장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캐나다와 캐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상징적인 방식으로 캐나다를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에는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의 미국 내 판매를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봄바디어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봄바디어 항공기를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렸다. 다만 판매를 어떤 방식으로 중단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봄바디어는 미국 내 20개 이상의 주에서 직접 고용을 통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25억달러 이상을 공급업체에 지출하고 있으며, 공급망은 미국 47개 주에 걸쳐 약 2,800개 미국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은 지난 8월 21일 워싱턴에서 수일간 이어진 회의 이후 결렬됐다. 카니 총리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미국 협상단이 막판에 캐나다가 다른 국가들과 체결하는 무역협정에 제한을 두는 내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 협상단이 프랑스어와 퀘벡 문화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협상단이 관련 조치를 ‘자극 요인’으로 봤다고 설명하면서, 퀘벡에서는 해당 조치가 권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는 미국 정부가 프랑스어 보호가 캐나다에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강하게 압박하거나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카니 총리가 현재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무역전쟁의 영향이 현실화할 경우 수개월 안에 지지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미국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산 제품 관세를 지지한 비율이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카니 총리는 지난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양국 사이에 진행 중인 협상은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