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책임을 놓고 양국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캐나다 측이 협상 막판 추가 요구를 제시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C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18일 잠정 합의가 이뤄진 뒤 캐나다 측 협상단이 오타와에서 돌아오면서 추가적인 견해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요구들이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협상 막판에 불공정하고 경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정을 요구하면서 합의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조건이 캐나다의 다른 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 능력을 제한하고 주요 산업과 프랑스어 보호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국 정부는 아직 협상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어 대표는 현재 자신과 도미니크 르블랑 캐나다 무역장관 사이에 열린 소통 채널이 없다고 밝혔으며, 양국이 언제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산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어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의 상당 부분에 적용되는 관세를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자동차 관세 역시 25%에서 15%로 낮추고 추가 조건에 따라 7%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캐나다 측은 해당 제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주권이나 핵심 산업을 훼손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근 관세 조치에 대응해 수백 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달러 단위로 맞대응하는 보복관세를 발표했으며, 해당 조치는 노동절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리어 대표는 캐나다가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캐나다가 보복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프랑스어 콘텐츠 보호 문제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됐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와 퀘벡 등에서 프랑스어가 갖는 중요성과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문제는 협상의 결렬을 초래한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 전략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니 총리는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를 확대하고 국내 경제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협상 타결에 상당히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리어 대표와 르블랑 장관은 합의문에서 세부 사항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분위기를 보였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협상단이 추가로 협상할 수 있도록 관세 적용을 사흘 연장했다.
그러나 이후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인터뷰에서 미국의 막판 요구와 관련해 “그건 나처럼 들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그리어 대표는 해당 발언이 즉흥적인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협상 막판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국은 서로 다른 협상 결렬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의 추가 요구를 문제로 지목하고 있고, 캐나다는 미국이 제시한 조건이 자국의 경제와 주권을 위협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