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휘발유 가격이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자동차단체 RAC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현재 리터당 163.6펜스에 달했다.
휘발유 가격은 국제 도매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원유가 휘발유와 경유의 주요 원료인 만큼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연료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는 연료 수요와 정제 능력 역시 영향을 미친다.
분석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주유소의 연료 가격이 리터당 약 7펜스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국제 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전쟁 이전 배럴당 약 70달러였던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이 시작된 뒤 12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미국과 이란이 6월 전쟁 종식을 위한 기본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 유가는 7월 초 다시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평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는 약 94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경유 가격 역시 전쟁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RAC에 따르면 7월 초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64.52펜스였지만 현재는 184.99펜스까지 올랐다. 다만 지난 4월 15일 기록한 리터당 191.54펜스의 최고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RAC 정책 책임자인 사이먼 윌리엄스는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운전자들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주유소에서 눈에 띄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 영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022년 여름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1.5펜스, 경유 가격은 199펜스까지 상승했다.
국제 도매시장의 유가 변동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운송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주유소 가격에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연료 소매업체들은 전쟁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올렸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공식 시장감독기관 역시 소매업체들이 위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격 책정 전략을 적극적으로 변경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운전자들이 전국 주유소의 연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Fuel Find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A 정책 책임자인 루크 보즈뎃은 연료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 데 대해 놀랐다며 해당 제도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이란 전쟁의 여파로 유가와 연료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연료세 인상 일정도 조정됐다. 당시 키어 스타머 총리는 9월 예정이었던 5펜스의 연료세 인상을 전쟁을 이유로 12월 말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은 중동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국제 석유 공급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세계 유가가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는 평소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운송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이 끝나고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정상적인 수준의 선박 운항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은 국내에서 일부 북해산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유는 정제를 위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이 사용하는 석유와 가스 수입량의 상당 부분은 미국과 노르웨이에서 공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