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JD닷컴이 유럽 전자제품 유통업체 미디어마크트의 모회사 세코노미AG 인수를 추진하면서 유럽연합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JD닷컴은 미디어마크트와 미디어월드, 새턴 등을 보유한 세코노미AG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수도에 위치한 매장과 에슈쉬르알제트에 위치한 매장 등 미디어마크트 매장 2곳이 운영되고 있다.
JD닷컴은 지난해 12월 룩셈부르크시에 징둥에오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해당 회사의 설립 자본금은 1만2천 유로였으며, 룩셈부르크시 비트부르크 거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JD닷컴은 올봄 룩셈부르크와 베네룩스 지역에서 조이바이 브랜드도 출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제안 가격은 주당 4.60유로로 현금 지급 방식이다. JD닷컴은 이를 기준으로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가 약 40억 유로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전체 발행주식 가치는 약 22억 유로이며, JD닷컴은 2025년 11월 말까지 세코노미 지분 59.8%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EU 경쟁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 여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JD그룹이 중국에서 대출과 세금, 보조금과 관련해 우대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인수 자금 마련과 주주들에게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JD닷컴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인수 자금이 민간 은행 대출과 자체 자금으로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제3국 보조금 규정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인수 절차는 지난 4월 17일 JD닷컴의 자회사인 징둥홀딩 독일이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인수 제안을 통보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집행위원회는 한 달 뒤인 5월 28일 심층 조사에 들어갔다. JD닷컴은 8월 20일 EU의 우려에 대응해 양보안을 제시했으며, 인수와 관련한 잠정 결정은 10월 23일로 앞당겨졌다.
중국 정부도 EU의 조치에 반발했다. 중국 법무부는 지난주 중국 정부기관들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협력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중국 측은 EU의 조치가 허용될 수 없는 역외 관할권 행사라고 주장하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인수전은 룩셈부르크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JD닷컴이 새 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현지에 미디어마크트 매장 2곳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JD닷컴이 미디어마크트 인수를 통해 유럽 내 기존 매장과 고객, 공급망 관계를 한꺼번에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EU 규제당국의 주요 관심사로 제시됐다.
미디어마크트의 룩셈부르크 사업을 둘러싼 재무 상황도 공개됐다. 사업자 등록부에 제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은 20182019 회계연도 6천450만 유로에서 20242025 회계연도 4천180만 유로로 감소했다. 자기자본은 500만 유로를 조금 넘는 수준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감사인은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코노미 측은 해당 재무제표가 현지 회계법에 따라 작성돼 그룹 기준 재무제표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점유율이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세코노미의 보증서가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슈쉬르알제트 매장의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는 JD닷컴과의 협력이 매장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인수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오스트리아 투자통제 당국은 데이터 보호 문제를 중심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세코노미는 미디어마크트가 향후 항공우주 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데이터 보호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스트리아 당국을 설득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인수전은 중국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과 EU의 보조금 규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단순한 기업 인수 문제를 넘어 중국의 국가 지원과 유럽 시장 접근을 둘러싼 정치적 계산까지 맞물리면서 최종 결정은 올가을 브뤼셀과 중국 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