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EU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국가의 거부권이 공동 대응을 차단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독일 정부가 작성한 서한 초안에 따르면 독일은 EU 외교정책 분야에서 기권과 기존 가중다수결 절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오랫동안 러시아 제재와 같은 외교정책 결정을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독일 측은 합의 문화가 공동 행동을 촉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당성은 확보하더라도 실질적인 힘을 갖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제시했다.
이번 서한에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프랑스도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은 수요일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예정된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독일 등은 외교정책 분야에서 건설적 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미 존재하는 가중다수결 절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각국 정부가 국가정책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안을 서로 연계하는 방식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안은 EU가 불안정해지는 지정학적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개별 국가가 거부권을 활용해 EU 차원의 결정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나온 것이다.
지난주에는 슬로베니아가 이스라엘 정부의 서안지구 E1 지역 정착촌 건설 움직임을 비판하는 EU 공동성명 발표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 역시 빅토르 오르반 정부 아래에서 EU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드루즈바 송유관과 관련한 보장 등을 요구해왔으며, 페테르 마자르 체제에서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 진전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 초안은 가중다수결이 적용되는 외교정책 결정에서 각국 정부가 ‘중요하고 명시된 국가정책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이의는 명확하게 정당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