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캐나다의 국방조달 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는 군사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산 군사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 아시아 등 새로운 협력국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 국방조달 담당 스티븐 푸어 국무장관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독수의계약에 대해 캐나다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과의 단독 계약을 추진할 경우 국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이번 주 보복관세 조치는 국방 분야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그러나 푸어 장관의 발언은 무역 갈등이 향후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캐나다 정부는 향후 미국과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 다시 과거와 같은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캐나다는 향후 수년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국방비 지출을 약속했으며, 그동안 국방예산의 약 70%가 미국으로 흘러가던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푸어 장관은 미국을 여전히 핵심적인 국방 동맹국으로 평가하면서도 한 국가에 의존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군사 생산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전략적 동맹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가 추진 중인 주요 군사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추진 중인 대형 군용 헬리콥터 사업 가운데 미국산 블랙호크를 단독으로 구매하는 방안이 무역 갈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거론됐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 88대 구매 계획에 대한 검토 결과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캐나다는 F-35 16대를 확정 주문했으며 추가 14대에 필요한 핵심 장비에 대한 비용 지급도 시작했지만, 이 초기 물량을 넘어 최종적으로 몇 대를 구매할지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캐나다는 스웨덴 사브가 생산하는 그리펜 전투기의 두 번째 전투기 함대 도입에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사브와 글로벌아이 레이더 항공기 도입 협상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항공기는 캐나다 기업 봄바디어와 협력해 개발됐다.
캐나다는 미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자국 기업의 역할도 확대하고 있다. 푸어 장관은 최근 북극 지역 군사 위성통신을 위한 23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텔레샛 계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 사업은 미국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네트워크에 대한 캐나다의 의존도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설명됐다.
또한 캐나다는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른 핵심 군사기술 통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푸어 장관은 어느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지만 여러 국가가 협력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