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미국과 자국 내 여러 곳에 영구적인 미군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베우 잘레프스키 폴란드 국방차관은 목요일 벨기에 브뤼셀의 NATO 본부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과 회담한 뒤 이같이 밝혔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폴란드 내 한 곳의 기지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지와 여러 장소에서 미국 병력이 영구적으로 주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콜비 차관실 소속 미국 관계자가 조만간 폴란드를 방문해 후보 지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장소나 병력 배치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의는 지난 5월 폴란드가 미국에 영구적인 미군 주둔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논의를 기반으로 한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유럽 내 미군 배치 전반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폴란드에 약 4,000명의 미군을 순환 배치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후 미국은 폴란드에 주둔하는 미군의 역량을 축소할 의도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현재 폴란드에는 약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에 이어 유럽 내 두 번째로 큰 미국 병력 규모다. 다만 대부분의 미군은 영구 주둔이 아닌 순환 배치 형태로 주둔하고 있다.
폴란드는 단순히 영구 주둔 병력의 확대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폴란드가 현재 보유하지 못한 군사적 역량에 대한 접근도 원한다며 정찰 및 지휘체계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미국은 현재 유럽 전역에 배치된 약 8만 명의 미군을 대상으로 유럽 내 군사태세를 검토하고 있다. 이 검토가 추가적인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NATO 동맹국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는 영구적인 미군 주둔을 확보할 경우 광범위한 병력 감축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는 핵무기 배치에는 선을 그었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향후 영구적인 미군 주둔의 일환으로 미국 핵탄두를 폴란드 영토에 배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핵탄두를 자국 영토에 두지 않으면서 NATO의 핵억지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미국의 폴란드 주둔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폴란드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주둔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의 협의는 미국의 유럽 내 군사태세 검토와도 맞물려 있다. 폴란드는 미국이 재래식 방어에서 유럽 동맹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미국은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이른바 ‘NATO 3.0’ 접근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