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전쟁으로 미군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미 해군이 심각한 예산 압박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확보한 문서와 해군 관계자, 방산업체 관계자 및 국방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 해군이 전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급여 등 다른 용도로 배정된 자금까지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확인한 미 해군 자금 관련 국방부 메모에는 전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전용하면서 급여 계정에 부족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군 관계자는 급여에 사용될 자금이 해외 작전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됐으며, 사용되지 않은 다른 자금으로 이를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전직 관계자들은 해군의 일부 계정이 사실상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해군 장교는 현재 상황을 두고 “저금통이 깨졌다”고 표현했으며, 한 관계자와 해군 계약업체 관계자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해안 기반 시설의 비긴급 유지보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번 재정 압박은 지난 2월 28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초기 공격에 참여한 데 이어 광범위한 해상 봉쇄까지 담당하면서 기존 예산에 부담이 커졌고, 백악관은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의회에 긴급 예산을 요청했다.
미 해군의 2026년 예산은 약 3,000억 달러 규모로, 인력과 함정 건조, 무기체계 조달, 작전·유지보수 등 여러 분야에 각각 배정돼 있다. 법률상 각 분야에 배정된 자금을 자유롭게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서도 군의 단기적인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7월 21일 청문회에서 일부 군이 단기적인 지급능력 문제에 직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며, 해당 발언에서 언급된 군 가운데 미 해군이 포함됐다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다만 미 해군은 예산 고갈 주장을 부인했다. 해군 대변인은 유지보수 및 작전 자금이 소진되지 않았으며, 현재 급여 의무를 제때 이행하기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회와 협력해 계속되는 작전 수요에 대응하고 회계연도 동안 인력과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군 내부에서는 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미 제기돼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작전사령관 대릴 코들 제독은 지난 5월 의회에서 7월 무렵 재정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훈련과 일상적인 작전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긴급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7월 의회 증언에서 이란전쟁으로 357억 달러가 소요됐으며 긴급 자금이 없을 경우 “심각한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금액이 전쟁에 투입된 전체 비용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에 67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을 요청했지만, 이 가운데 미 해군에 배정되는 금액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미 하원은 7월 1조1,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란전쟁에 730억 달러를 제공하는 별도의 예산 승인안도 마련했지만 두 법안이 모두 법률로 확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해군 장교이자 국방 전문가들은 의회가 전쟁 비용을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에는 의회의 자금 지원이 보다 원활했지만, 현재 이란전쟁에는 무력 사용을 승인한 결의안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쟁 비용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 해군의 향후 전력 운용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쟁의 종료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전투 비용을 기존 예산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