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 병사를 모독하는 사람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9월 16일 이스라엘군 병사를 전 세계에서 모독하는 사람의 시민권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 병사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된 정부 법안 2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대규모 사망을 다룬 다큐멘터리 ‘NAZA’의 감독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첼 조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NAZA’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대규모 사망을 다룬 8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공습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는 민간인 수를 나타내는 약어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설명됐다. 해당 작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매체와 가디언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상영 이후 2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영화 공개 이후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문화부 장관 미키 조하르는 두 감독의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화가 이스라엘군을 전쟁범죄자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역시 두 감독을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첫 번째 법안은 법무부를 통해 제출되며,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고도 명예훼손 청구액을 100만 셰켈까지 높이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두 번째 법안은 내무부를 통해 제출되며, 이스라엘군 병사와 이스라엘 국가를 전 세계에서 모독하는 사람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9월 16일 저녁에는 극우 활동가 수십 명이 레이첼 조르 감독의 부모 자택 앞에 모였다. 집회에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장관이 이끄는 극우 성향 오츠마 예후디트당과 연계된 활동가 및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와 관련해 일부 메시지에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장에는 경찰과 국경경찰이 배치됐다. 한 시위자는 반역자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고 영화 제작진 가족의 주택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감독을 향한 위협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는 영화가 거짓과 유혈 선동을 통해 이스라엘군 병사를 표적으로 삼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군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송사 i24는 이스라엘군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 유출 조사를 시작했으며 국내 정보·방첩기관인 신베트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 언론인과 활동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채널14 기자 예후다 슐레진저는 두 감독을 어디서든 추적하거나 사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극우 활동가는 유발 아브라함의 가족과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한 행동을 촉구하고 그의 어머니 사진과 귀국 항공편 정보를 공유했다.
이스라엘 남부 아슈도드에서는 아브라함과 조르의 얼굴에 조준경 모양과 뿔, 나치 상징, ‘반역자’라는 문구를 그린 벽화도 등장했다. 이후 해당 벽화의 ‘반역자’ 문구는 ‘영웅’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 영화인과 인권단체들은 두 감독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43개 현지 인권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제작진에 대한 선동과 위협을 중단하고 감독들과 취재원들을 기소하지 말 것을 이스라엘 당국에 촉구했다.
이스라엘 영화인 1,500명 이상도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첼 조르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이들은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옹호하며 영화가 이스라엘에서 공개돼 관객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브라함과 조르는 이전 다큐멘터리 ‘No Other Land’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 영화계에서도 두 감독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Citizenfour’를 연출한 로라 포이트러스는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의 위협이 전 세계 언론인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외교부 관계자는 감독들에 대한 처벌 위협이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NAZA’를 제작한 가디언 측은 이스라엘에서 영화에 대한 대응과 제작진을 향한 공격에 우려를 표하며, 영화와 제작진을 공격이나 검열 시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