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의 유럽연합 첫 준회원국 가입 구상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1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준회원국 구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준회원국 지위는 현재 유럽연합 조약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구체적인 권한과 범위는 앞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유럽이 무역, 방위, 핵심 광물, 인공지능, 에너지, 우주, 연구, 금융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양측이 경제적·지정학적 압박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어느 국가도 캐나다의 시장을 통제하거나 주권과 자유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를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협력체가 강대국에 맞서는 제3의 블록을 만들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유럽의 관계 강화 구상을 적대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의도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유럽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그동안 미국과의 경제적 통합을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경제적 양보 요구,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과의 경제·안보·정치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캐나다와 유럽연합이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넘어 ‘미래를 위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동 번영과 경제 안보를 포괄하는 협력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오는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럽연합 정상들과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새로운 관계 구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캐나다 수출의 약 70%가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캐나다 경제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에 대응 조치를 취하는 한편, 주권을 위협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유럽연합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보류하고,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최대 15%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캐나다는 올해 유럽연합의 1,500억 유로 규모 방위 조달 프로그램인 SAFE에 가입한 첫 비유럽 국가가 됐다. 이를 통해 캐나다 기업들은 유럽의 공동 방위 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에너지, 핵심 광물, 인공지능,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캐나다의 유럽 접근 강화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과 발언이 캐나다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미국의 강력한 지도력이 없는 세계를 상정하고 대응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캐나다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캐나다는 유럽연합의 정식 회원국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을 유지하면서 유럽과 가능한 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