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전력난이 장기화하면서 가정과 기업, 공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카 주민들은 최근 이어지는 정전이 과거 199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다카에 7년 이상 거주했다고 밝힌 한 주민은 8월 28일 페이스북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전력 공급 중단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굴샨과 바나니 등 고급 주거지역에서도 하루 최대 4시간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주민은 하루 4~5시간씩 전기가 끊기는 상황을 두고 과거의 장시간 정전 시기가 되돌아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장시간 정전에 대비해 등유 램프를 다시 구매하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인버터와 배터리 등 비상 전력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바리살 종합병원에서는 1~2시간 간격으로 정전이 발생하고 비상발전기에 사용할 디젤까지 소진되면서 간호사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이용해 환자를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손부채를 이용해 더위를 견딘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의 전력 공급 부족 규모는 3,000~3,500MW 수준으로 보고됐다. 2022년 전력 부족 규모가 750MW였던 것과 비교하면 공급 부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2007년에도 약 1,345MW의 전력 부족이 발생했지만, 현재의 부족 규모는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전력난의 주요 배경으로는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은 전력 구조를 갖고 있으며, 2024~2025 회계연도 기준 전체 전력의 44%가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생산됐다.
국내 천연가스 생산량은 20182019 회계연도 272억㎥에서 20242025 회계연도 196억㎥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 수입량은 32억8천만㎥에서 79억8천만㎥로 143% 증가했다.
방글라데시는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해 왔지만 공급 차질에도 노출돼 있다. 대부분의 수입 가스는 콕스바자르의 모헤슈칼리에 정박한 부유식 가스 터미널 2곳을 통해 들어온다. 이 가운데 한 터미널은 7월 21일 화재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8월 방글라데시의 하루 가스 공급량은 약 2,235MMcf였으며, 일일 수요량은 3,860MMcf에 달했다. 이후 9월 16일 국내 생산량 증가 등에 힘입어 가스 유입량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생산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약 3만MW, 전력 수요는 1만6천MW를 넘지만 8월 평균 발전량은 약 1만3천MW에 그쳤다. 설비용량 1만2,472MW 규모의 가스 발전소는 9월 초 최대 약 5,100MW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석탄 발전소 역시 일부 설비의 기술적 문제로 설비용량만큼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파투아칼리의 1,320MW급 발전소 2곳은 각각 500~800MW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1,100MW 규모의 람팔 발전소도 보일러 문제로 657MW를 생산했다.
전력난은 산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의류산업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주문 취소와 수출 주문 감소가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니트웨어 제조·수출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니트웨어 공장의 55%가 전력난 속에서 주문 취소 또는 수출 주문 감소를 겪었으며, 78%는 부분적인 생산 차질을 보고했다. 또 87%는 선적 지연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부족의 영향을 받은 공장은 조사 대상의 약 90%에 달했으며, 편직 생산량은 37~38%, 염색 생산량은 51%, 의류 봉제 생산량은 4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섬유산업 전반에서도 가스와 전력 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방글라데시 섬유공장협회 측은 한 달 동안 600개 섬유공장의 생산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철강과 도자기, 식품, 소비재 제조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이거나 생산을 중단했으며, 일부 기업은 디젤과 액화석유가스 등 상대적으로 비싼 대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와의 전력·에너지 협력도 방글라데시의 전력난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는 인도로부터 최소 2,656MW의 전력을 수입하고 있지만, 인도에서 공급되는 전력 역시 발전소 문제로 차질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인도 자르칸드주의 고다 화력발전소는 9월 10일 두 발전설비 가운데 한 곳에서 보일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글라데시 공급 전력이 약 800MW로 감소했다. 이후 9월 13일 전체 공급이 복구됐다.
전력난이 장기화하면서 방글라데시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 측은 이전 아와미연맹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위기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전력난에 대한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9월에는 자마트이슬라미가 주도하는 11개 정당 연합이 다카에서 치타공까지 장거리 행진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전력난은 국내 천연가스 생산 감소와 수입 연료 의존,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액화천연가스 공급 차질, 석탄 발전소의 기술적 문제 등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공급 부족이 산업 생산과 수출 부문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방글라데시의 에너지 구조에 대한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