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프랑스와 캐나다 등과 함께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계획을 사전에 전달받고도 중단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당국자는 앤디 번햄 영국 총리가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과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측에 제재 추진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앞서 영국이 프랑스·캐나다와 함께 정착촌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고, 서안지구의 “불법 점령”을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가 정착민들의 폭력과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를 묵인하거나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영국의 조치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영국의 제재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영국의 결정을 사전에 전달받았으며, 서안지구의 폭력과 긴장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마이크 허커비는 영국의 제재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허커비 대사는 영국이 정착촌에 불매와 제재를 가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백악관 당국자는 허커비 대사의 발언이 백악관이나 국무부와 조율된 것이 아니며, 행정부의 정책을 대변하는 발언도 아니라고 밝혔다.
영국의 제재 조치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을 30일 안에 폐쇄하고, 해당 영사관 소속 외교관들의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이스라엘 내 미국 주도 가자지구 조정 임무에 배치된 영국 대표들과 라말라에 주재하는 영국 외교관들은 7일 안에 철수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리밴드 장관은 이스라엘의 대응이 유감스럽고 해로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다만 영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정보·안보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란의 위협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 측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정착촌 확대를 지원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기로 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무기와 기타 수출품에 대한 허가를 거부할 방침이다.
번햄 총리는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 국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이고 신중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추진해 온 두 국가 해법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영국의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와 스웨덴 역시 영국의 조치를 지지했으며, 두 국가 모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공인된 예루살렘 주재 영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