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특수가스 업체인 간토덴카공업과 센트럴글라스가 육불화텅스텐(WF₆) 생산을 중단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텅스텐 박막을 증착하는 데 사용되는 전자산업용 특수가스로, 메모리와 첨단 논리 반도체의 미세 배선 및 접촉 구조 형성에 활용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와 3차원 낸드플래시 등 미세화와 적층이 진행되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관련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간토덴카공업과 센트럴글라스는 중국의 텅스텐 수출 규제로 고순도 텅스텐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상반기 한국과 주요 고객사에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했다. 이후 두 회사는 2026년 7월 1일부터 육불화텅스텐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업체의 고급 육불화텅스텐 생산능력은 연간 약 2,200톤으로, 전 세계 고급 반도체용 육불화텅스텐 생산능력의 약 25%에 해당한다는 업계 추산이 나왔다.
중국의 원료 수출 제한은 이번 공급 차질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육불화텅스텐 생산에는 고순도 텅스텐 분말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일본 업체들이 기존과 같은 수준의 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텅스텐 공급 감소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자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격도 이미 크게 상승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순도 99.999% 수준의 육불화텅스텐 가격은 ㎏당 1,700위안을 넘어섰으며, 이는 1년 전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격 상승은 원료 확보 경쟁과 공급 감소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데이터베이스하이텍 등 주요 반도체 업체가 기존 일본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는 공급업체를 변경할 경우 공정 안정성과 수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단기간에 공급망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소재의 공정 인증에 18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이번 사안을 글로벌 육불화텅스텐 자체의 즉각적인 전면 공급 중단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분석에서는 센트럴글라스가 공급을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산 육불화텅스텐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실제 공급 부족 규모와 일본 업체의 생산 중단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확대가 단순히 반도체 제조업체와 장비업체의 생산능력뿐 아니라 텅스텐과 같은 상류 원료 및 전자산업용 특수가스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특정 국가의 원료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재일수록 수출 통제와 지정학적 갈등이 반도체 생산 일정과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