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 내부의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이란 내 갈등의 핵심은 미국에 저항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확보한 지렛대를 언제, 어떤 대가로 제재 완화와 정치적 합의로 전환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대립 지점을 넘어 이란 권력구조 내부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정부와 보수 진영 일부 인사들이 단계적 합의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선박 운항을 관리된 방식으로 재개하고, 그 대가로 제재 완화와 관련한 양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최근 분쟁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역시 외교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이 이슬라마바드 합의에 따른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카타르 총리에게 전달했다.
모흐센 레자이 역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거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미국이 먼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진영은 호르무즈에 대한 압박을 즉각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협 통제력을 단계적인 협상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다.
테헤란대학교의 사산 카리미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영구적인 협상 지렛대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협을 통한 지렛대가 적절한 시기에 국가적 이익으로 전환돼야 하며, 이를 늦출 경우 오히려 문제가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리미 교수는 압박을 완화하는 합의로 이어진다면 해협을 관리되고 점진적으로 재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이한은 이 같은 접근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카이한은 새로운 제재와 중재자 파견을 하나의 미국 압박 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협상을 서두르기보다 미국이 치러야 할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위협에 더 큰 위협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란의 위협은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한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경계를 낮추고 미국과 외교 및 협상을 논의하는 것을 가장 파괴적인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란 내부에서는 호르무즈를 활용해 제재 완화와 선박 운항 보장, 이슬라마바드 합의의 단계적 복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과 미국이 물러서기 전까지 해상 압박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신문 자반은 또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자반은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란의 노선을 바꾸는 데 실패했으며 현재 양측이 억지력의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러한 판단이 압박이 지속되는 동안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오히려 힘의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전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한 폐쇄하는 대신 이를 활용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란 집권 진영 내부의 실질적인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란 내부의 핵심 질문은 협상이냐 저항이냐가 아니다. 세 진영 모두 저항과 억지력을 강조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이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확보한 지렛대를 석유 제재 완화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추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해상 압박을 계속할 것인지에 있다. 이 선택에 따라 호르무즈 위기가 단계적 합의로 이어질지, 다시 대립 국면으로 돌아갈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