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기술주 투매에 크게 밀렸다. 나스닥종합지수는 747.73포인트(2.86%) 내린 25,437.00, S&P500은 140.32포인트(1.82%) 내린 7,580.07로 마감해 두 지수 모두 6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572.25포인트(1.1%) 내린 51,770.31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장중 한때 3%대 중반까지 밀렸다가 마감 직전 낙폭을 일부 줄였다.
한국 증시는 하루 먼저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는 30일 206.92포인트(3.48%) 내린 5,730.74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1조6000억원 넘게 팔았고 SK하이닉스는 7.08% 급락했다.
알파벳에 이어 아마존·인텔이 잇따라 실적을 내면서 AI 인프라 과잉 지출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번진 것이 핵심이다. 다만 종목별로 뜯어보면 실제 악재가 있었던 기업과,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떨어진 기업이 뚜렷하게 갈린다.
실제 악재가 있었던 기업
인텔 — 28.58% 폭락, 1974년 이후 최악
인텔의 3분기 실적 자체는 좋았다. 매출은 165억1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52달러로 시장 예상(약 0.41달러)을 웃돌았다. 문제는 4분기 가이던스였다. 매출 전망 150억~160억달러는 시장 예상(약 171억달러)에 못 미쳤고, 조정 EPS 전망 0.25달러는 예상치(0.43달러)의 60% 수준에 그쳤다.
이유도 구체적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빨아들이면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해 PC 수요가 꺾였고, 회사는 PC 시장 약세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이스라엘 키르야트갓의 Fab 28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약 2주간 가동이 멈췄다. 인텔은 이 여파로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각각 약 3억달러, 모두 약 6억달러의 매출 차질을 예상했다. 올해 잉여현금흐름 플러스 전환도 어렵다고 밝혔다.
주가는 28.58% 떨어졌다. CNN은 1974년 이후 최악의 하루라고 전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400억달러가 사라졌다.
알파벳 — 설비투자 514억달러,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91억달러
알파벳은 전날인 29일 12.64% 폭락했다. 3분기 매출은 1276억달러로 25% 늘었고,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03% 급증한 307억달러로 강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현금흐름이었다. 분기 설비투자가 514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자체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91억달러로 돌아섰다. AI 인프라 투자가 현금 창출을 앞지르면서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검색 매출 증가율도 직전 분기보다 둔화했다.
아마존 — AWS 39% 성장에도 12개월 현금흐름 -424억달러
아마존의 3분기 EPS는 1.89달러로 시장 예상(1.96달러)을 밑돌았고, 매출도 2019억달러로 예상을 소폭 하회했다. 클라우드(AWS) 매출은 39% 늘며 견조했다. 그러나 분기 설비투자가 700억달러를 넘으면서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424억달러로 급격히 악화했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 약 2200억달러 계획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넘게 밀렸다가 정규장에서 1.41% 하락으로 마감했다.
레딧 — 29.22% 폭락, 상장 이후 최악
레딧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하지만 4분기 매출 전망(10억~10억3000만달러)이 시장 예상(약 10억5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더 큰 충격은 이용자 지표였다. 구글의 AI 개요(AI Overviews)·AI 모드 확산으로 검색 유입이 줄면서, 4분기 일일 순방문자(DAU)가 전 분기 1억3030만명에서 10%대 초반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로그인 중심 이용 방식을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29.22% 폭락해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바이낸스 63억달러 해킹
같은 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달러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간 해킹 사건도 알려졌다. 가상자산 탈취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체이널리시스·엘립틱은 북한 해킹 조직 소행으로 추정했다. 바이낸스는 약 30억달러를 동결했고 이용자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위험자산 투자심리에는 부담이 됐다.
분위기에 휩쓸린 기업
엔비디아·AMD
엔비디아는 4~5%대 하락했다. 자체 악재는 없었고 AI GPU 수요도 여전히 강하지만, 인텔 충격과 빅테크 설비투자 우려로 반도체 업종 전체가 팔리면서 함께 밀렸다. 시가총액이 커 금액 기준 손실은 가장 컸다.
AMD는 10% 안팎 급락했다. PC 사업 노출이 일부 있지만 아직 실적 발표 전이고 회사 고유의 악재는 나오지 않았다. 인텔의 PC 약세 경고가 그대로 옮겨붙었다. 브로드컴·마이크론·퀄컴·샌디스크·TSMC 등 칩·메모리·장비주 대부분도 업종 동반 하락 성격이 강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3%대, SK하이닉스는 7.08% 하락한 141만8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바로 전날 3분기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확정 발표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4290억원, 삼성전자를 21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메모리 업체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로 오히려 수혜를 보는 쪽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PC 수요를 꺾었다는 인텔의 사정과는 반대에 가깝다. 미국 빅테크의 AI 수익성 우려가 전이되고 외국인이 대규모로 판 '분위기 하락'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리
진짜 악재가 있었던 곳은 인텔(가이던스·PC 부진·공장 사고), 알파벳·아마존(설비투자 과다로 잉여현금흐름 적자), 레딧(검색 유입 감소·가이던스 미달)이다. 엔비디아·AMD·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전반의 하락은 "AI 인프라 투자가 너무 커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회수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시장의 재평가가 업종 전체로 번진 결과에 가깝다.
메모리는 AI 수요로 여전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반도체 업종 전체 매도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빅테크가 높은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한 단기 변동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증시의 다음 거래일은 11월 2일(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