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가 3% 넘게 폭락했다. 오후 2시 32분 기준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55.69포인트(3.65%) 내린 25,229.04로,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인텔의 실적 전망 쇼크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 밑에는 빅테크의 AI 투자가 현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인텔, 하루 만에 시총 1460억달러 증발
인텔은 29일 장 마감 후 3분기 매출 165억달러를 발표하면서 4분기 매출 전망을 150억~160억달러로 제시했다. LSEG 집계 시장 예상치(170억7000만달러)를 10억달러 이상 밑돌았고, 3분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올해 잉여현금흐름도 플러스 전환이 어렵다고 밝혔다.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고, 이 때문에 노트북·데스크톱 가격이 올라 PC 수요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에 대해서는 "2027년에는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는 PC 시장 둔화가 적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던 인텔은 이날 31.03% 폭락해 1982년 집계 이래 최악의 하루를 향하고 있다. 장중 30% 안팎 하락 기준으로 시가총액 1460억달러(약 194조원) 이상이 사라졌고, 인텔 지분을 보유한 미국 정부의 평가손실도 약 120억달러에 이른다.
반도체 전반으로 번진 투매
충격은 업종 전체로 퍼졌다. AMD(-12.72%), 암(-12.90%), 퀄컴(-12.61%), 마벨(-12.69%)이 12%대 급락했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8.91%), 램리서치(-8.20%), ASML(-8.18%), KLA(-6.47%) 등 장비주와 마이크론(-7.37%), 브로드컴(-7.24%), 텍사스인스트루먼트(-5.08%), 엔비디아(-5.69%)도 크게 떨어졌다. 샌디스크(-15.47%)와 시게이트(-10.12%), 웨스턴디지털(-7.79%) 등 저장장치 업체도 동반 급락했다.
Benzinga 집계에 따르면 세계 23개 대형 반도체·장비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중에만 약 1조100억달러가 증발했다.
소프트웨어·인터넷주로도 매도세가 번졌다. 데이터독(-12.29%), 앱러빈(-10.92%), 루멘텀(-10.89%), 크라우드스트라이크(-5.49%), 팔란티어(-6.21%)가 크게 내렸고,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7.57%)와 스페이스X(-5.76%)도 약세였다.
알파벳·아마존이 먼저 울린 경고음
인텔에 앞서 빅테크 실적이 불안을 키웠다. 알파벳은 3분기 설비투자가 514억달러에 달해 자체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91억달러로 돌아섰다고 밝혔고, 29일 주가가 12.64% 급락했다. 같은 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낸 아마존도 클라우드(AWS) 매출이 39% 늘었지만 AI 중심 설비투자로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마존은 시간외 거래에서 7% 넘게 밀렸다가 이날 정규장에서는 낙폭을 2.37%로 줄였다.
AI 수요는 견조하지만 투자 비용이 현금 창출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그 투자에 기대 오른 반도체와 서버 업체 주가에 대한 재평가가 한꺼번에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방어주로 자금 이동
반대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업종에는 돈이 몰렸다. 월마트(+2.24%), 코스트코(+2.51%), 펩시코(+3.40%), 몬스터베버리지(+2.02%) 등 필수소비재와 길리어드(+4.18%), 버텍스(+3.81%), 암젠(+1.71%) 등 제약·바이오주가 올랐다. T모바일(+6.84%), CME그룹(+3.15%), ADP(+3.40%), 린데(+2.17%)도 상승했다.
한국 증시, 11월 2일 추가 충격 우려
인텔 실적 쇼크는 한국 시간 30일 국내 증시에 먼저 반영됐다. 코스피는 이날 3.5% 내렸고 삼성전자도 3%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주 투매가 정규장에서 더 확대된 만큼, 다음 거래일인 11월 2일(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 추가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