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헌법재판소(TK)의 지휘권을 놓고 30일(현지시간)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현 의회 다수파가 선출한 안나 코르빈-피오트로프스카 재판관이 보그단 시비엔츠코프스키 소장과 바르트워미에이 소하인스키 부소장의 직무를 1개월간 정지하고 자신이 임시로 재판소를 이끈다고 발표했다. 헌재 측은 이를 즉각 거부하며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재판관이 소장 직무정지…헌재는 "쿠데타" 반발
코르빈-피오트로프스카 재판관은 두 사람이 직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하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신임 재판관들의 심리 참여를 막았다는 점을 직무정지 사유로 들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반법원법 조항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헌재 공식 X 계정은 곧바로 반박했다. 시비엔츠코프스키가 여전히 소장이며, 코르빈-피오트로프스카는 대통령 앞에서 선서하지 않아 헌재 재판관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헌재 측은 이번 조치를 쿠데타 범죄로 규정했고, 재판소 웹사이트가 불법으로 장악됐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압박에 나섰다.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인 발데마르 주레크는 시비엔츠코프스키 소장과 소하인스키 부소장을 형사 기소하기 위해 면책특권 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X에 글을 올려 이번 조치를 옹호했다.
헌재 앞 기동대 배치…야당 지지자와 대치
바르샤바 헌재 청사 앞에는 경찰 기동대 수십 명이 배치됐다. 코르빈-피오트로프스카 재판관이 재판관과 직원 안전에 위험이 있다며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야당 법과정의당(PiS) 지지자들이 청사 앞에 모여 항의했다. 일부는 물건을 던지거나 울타리를 끊으려 했고, 청사 진입을 시도한 3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PiS 대표도 현장을 찾아 투스크 총리가 쿠데타를 벌이고 있으며 폴란드를 "경찰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 세네갈행 비행기 돌려
PiS 계열인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세네갈로 향하던 전용기를 회항시켰다. 그는 "이런 시기에 대통령은 폴란드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시비엔츠코프스키 소장은 올해 하원(세임)이 선출한 신임 재판관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선서를 받지 않으면서 신임 재판관들의 지위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져 왔다.
3년째 이어진 사법부 갈등의 분수령
이번 충돌은 2023년 말 투스크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사법부 갈등의 연장선이다. 투스크 정부는 이전 PiS 정권이 임명한 재판관들로 헌재가 사실상 장악됐다고 보고, 헌재 판결 공표를 거부하는 등 기존 구도를 되돌리려 해 왔다. 반면 시비엔츠코프스키 소장은 2025년 2월 투스크 총리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 한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투스크 정부는 '법치 회복'을 내세우고, 대통령과 야당은 '불법적 사법부 장악'이라고 맞선다. 직무정지의 법적 효력 자체가 다퉈지는 상황이어서, 헌재가 두 명의 수장을 주장하는 이중 권력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면책특권 해제 절차와 대통령의 대응이 사태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