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자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첫 인상이다. 표결은 12 대 0 만장일치였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오늘의 정책 조치는 위원회의 2% 목표로 더 신속하게 복귀하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성명의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문장도 그대로 남겼다. 시장은 이번 인상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연준은 지급준비금 이자율(IORB)을 3.90%로, 은행에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재할인율을 4.00%로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새 금리는 17일부터 적용된다.
점도표: 18명 중 16명 "올해 한 번 더"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4.1%로 6월(3.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목표범위보다 한 단계 위로, 연내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시사한다. 전망을 낸 참석자 18명 가운데 16명이 올해 추가 인상을 예상했고, 이 가운데 4명은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이번 인상으로 멈출 것으로 본 참석자는 2명이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개인 전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10월 27~28일과 12월 8~9일 두 차례다.
내년 이후 추가 인상은 반영되지 않았다. 2027년 말 중간값은 4.1%로 올해 말과 같고, 2028년 3.9%, 2029년 3.6%로 점차 낮아진다. 다만 2027년 전망은 추가 인상 8명, 동결 6명, 인하 4명으로 엇갈렸다. 장기 기준금리 전망치는 3.1%에서 3.2%로 소폭 올랐다.
물가 전망 올리고 실업률 전망 낮춰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을 3.6%에서 3.7%로, 식품·에너지를 뺀 근원 PCE 전망을 3.3%에서 3.4%로 각각 0.1%포인트 올렸다. 내년에는 PCE 2.3%, 근원 PCE 2.5%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봤지만 목표치 2%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9년으로 제시했다. 올해 말 실업률 전망은 4.3%에서 4.1%로 낮췄고, 성장률 전망은 2.2%에서 2.3%로 높였다.
성명에서 사라진 '공급 충격'
성명 문구도 달라졌다. 7월 성명은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등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이끈 공급 충격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성명에서는 이 표현이 빠지고 이번 인상이 2% 목표 복귀를 앞당길 것이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경제 불확실성의 원인도 "중동 분쟁"에서 "지정학적 전개"로 바뀌었고, "국내 지출이 견조하다"는 평가가 새로 추가됐다.
7월 회의에서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져 9 대 3으로 동결이 결정됐다. 이번에는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왜 지금 올렸나
연준은 보통 에너지 가격 급등 같은 공급 측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넘기는 편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따른 연료비 상승과 관세의 영향이 길어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물가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노동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긴축의 부담이 줄어든 점도 인상에 힘을 실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 시기의 경험도 작용했다. 당시 연준은 공급·수요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지만, 물가가 4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은 뒤에야 행동에 나섰다. 연준은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해 왔고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워시 의장의 8월 28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발언 이후 시장은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시장금리는 먼저 뛰었다
시장금리는 결정에 앞서 먼저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잭슨홀 연설 이후 약 0.25%포인트, 2월 저점 대비로는 약 1%포인트 올랐고, 금리 기대에 가장 민감한 2년물은 상승 폭이 더 컸다. 모기지뉴스데일리 집계로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19%까지 올라 잭슨홀 연설 이후 0.38%포인트, 1년 전보다 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발표 직후 국채 금리는 오히려 내렸고 S&P500 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를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전 포인트
시장의 시선은 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 30분 시작된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으로 옮겨 갔다. 인상 자체는 예상된 결과였지만 공급 충격발 물가에 금리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배경이 이례적이다. 워시 의장이 이번 인상을 한 차례 조정으로 설명할지, 추가 인상 경로의 출발점으로 설명할지가 관건이다.
한국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리며 한미 금리 차이를 0.75%포인트로 좁혔지만, 이번 인상으로 격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점도표대로 연준이 연내 한 번 더 올리고 한국은행이 동결하면 격차는 1.25%포인트로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