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종교 유산을 캅카스 알바니아 유산으로 소개하면서 아르메니아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히크메트 하지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보좌관이 주도한 외국 외교관 대표단은 지난 11일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방문했다. 대표단에는 58개국과 9개 국제기구에서 온 150명의 관계자가 포함됐다.
하지예프 보좌관은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과 아제르바이잔 국민의 문화적 중심지였으며,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표단의 간차사르 수도원과 다디방크 수도원 방문 영상을 공개하면서 두 수도원이 캅카스 알바니아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간차사르 수도원이 13세기 캅카스 알바니아의 통치자 하산 잘랄에 의해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료는 하산 잘랄과 그의 왕조인 하산잘랄리안 가문이 아르메니아계였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예프 보좌관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역사적 기념물들이 복원이라는 명목 아래 외부 개입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건축적 진정성과 특성이 훼손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수도원 내부에 전시된 아르메니아 역사 자료와 필사본을 담은 책을 외교관들에게 보여주며, 책의 페이지가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은 아르메니아에서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유럽연합 남캅카스 특별대표 마그달레나 그로노도 대표단에 참여했다. 그로노 특별대표에게 이번 방문은 아제르바이잔의 과거 분쟁 지역을 처음 방문한 사례였다.
그로노 특별대표는 평화 과정이 당사국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을 존중한다면서도, 양국 정부가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뢰 제거 작업이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로노 특별대표는 이후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고대 필사본 연구기관인 마테나다란을 방문해 아르메니아 필사본과 그 역사적 소장품을 살펴봤다.
아르메니아 의회 의장 루벤 루비냔은 하지예프 보좌관의 발언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 발언이 평화 과정에 기여하지 않으며 유용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다만 루비냔 의장은 현재 양국의 갈등이 국경 총격이나 충돌이 아닌 역사적 유산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평화 과정에 참여해온 평화 브리지 이니셔티브 소속 아르메니아 인사들도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평화를 위해서는 서로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적대감을 키울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출신 정치 분석가 티그란 그리고리안은 외교관들의 방문이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수정주의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공세 이후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을 언급하며, 이번 방문이 해당 지역의 인종 청소를 정당화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관들이 스테파나케르트의 승리 공원을 방문한 점도 비판했다. 해당 공원은 과거 역사적 주거 지역이 있던 자리에 조성됐으며, 그 지역은 이후 아제르바이잔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