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이 우크라이나 측이 '따뜻한 분위기'로 표현한 가운데 열렸으나 키이우 입장에서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회담 내용을 아는 인사들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전했다.
유일한 돌파구는 그동안 모스크바만 오간 트럼프 대통령의 두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마침내 키이우를 방문하도록 설득한 것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계획에 정통한 한 미 당국자는 이 방문이 잠정적이며 향후 2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성사될 경우 두 특사가 평화 프로세스를 맡은 이후 러시아는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처음 찾는 것이 된다.
이 구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직전 탄력을 받았다. 최근 전쟁에 대한 기존 견해를 뒤집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들이 모스크바는 방문하면서 키이우는 찾지 않는 이유를 거듭 문제 삼았다. 그는 키이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다른 고위 외교관들이 올 수 있다면 위트코프와 쿠슈너도 올 수 있다"고 직접 제기했으며, 같은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다시 나왔다.
키이우는 상징적 방문 이상을 기대하고 워싱턴을 찾았다. 핵심 사안은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안정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무기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었다. 러시아가 키이우 등 도시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요격미사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나, 회담이 끝난 뒤에도 추가 공급에 대한 실질적 약속은 나오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공격에 에너지 기반시설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겨울 전 최소 300발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 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원은 회담 후 "매우 호의적이었지만 여전히 모호했다"며 "핵심은 방공 미사일인데 진전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협상단 파견으로 기우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들은 평화 협상 재개를 다시 시도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여건이 충분히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한 당국자에 따르면 백악관은 모스크바와 키이우 모두 '공중 휴전'을 고려할 이유가 생겼다고 점점 판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한 군사 기반시설과 병참 거점에 대한 타격을 크게 늘리고, 러시아는 키이우 등 민간 밀집지에 대한 미사일·무인기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면 휴전보다 공중 공격 중단 합의가 더 실현 가능하다고 워싱턴은 보고 있다.
다만 방문이 성사되더라도 키이우가 첫 기착지가 될 가능성은 낮다. 계획에 정통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키이우로 향하기 전 모스크바를 먼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영공을 폐쇄해 열차가 키이우로 가는 유일한 실질적 경로라는 현실적 장애물도 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열차를 타야 하는 나름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방문 가능성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를 재개한 이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