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인들의 가족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접근해 러시아를 돕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동부 출신의 중년 여성 폴리나는 2022년 러시아군이 자신의 고향을 점령한 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지팡이를 사용하는 아버지를 데려갔다고 밝혔다. 현재 71세인 폴리나의 아버지는 이후 러시아에 억류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나는 러시아 당국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에게 연락해 아버지가 잘 대우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측이 약 4개월 동안 자신을 압박했으며, 러시아군의 공격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폴리나에게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폴리나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영상과 함께 아버지가 괜찮고 웃고 있다면서 자신에게 아직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폴리나는 러시아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후 연락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그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고 비난했으며, 아버지는 약 4년 동안 억류돼 있다고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러시아에 억류된 자국인 가족을 담당하는 기관의 대변인 페트로 야첸코는 억류자의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야첸코 대변인은 러시아가 공식적인 정부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인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체포되면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확인한 뒤 가족들에게 연락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가족들에게 고향의 주요 지역에 대한 보안 상황을 확인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등의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야첸코 대변인은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가족들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고 관련 정보를 우크라이나 당국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러시아 측의 연락을 믿지 말고 추가 정보를 요구하지 말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정기적으로 포로 교환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측은 각각 약 1만명의 포로가 석방됐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양측은 현재 몇 명의 포로가 억류돼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상당수의 민간인도 억류하고 있으며 이들의 석방은 드물다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가 일부 우크라이나인 포로들에게 가족과 통화하도록 허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억류시설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권기구의 2024년 보고서는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인 포로들에게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고문과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이후 인터뷰한 우크라이나인 포로 174명 가운데 거의 모두가 고문 또는 가혹행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여기에는 심한 구타와 전기 충격, 성폭력, 질식,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심각한 폭력 위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2022년 11월 러시아군에 붙잡힌 민간인 미콜라의 가족 역시 러시아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례가 전해졌다. 그의 어머니 발렌티나 셰르비나는 올해 4월 한 러시아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연락해 아들의 석방을 대가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셰르비나는 우크라이나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아들이 곧 석방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 측의 연락은 아들의 석방을 앞두고 돈을 받아내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콜라는 이후 석방돼 가족에게 돌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구타를 당했고 오랫동안 서 있어야 했으며 체중도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폴리나는 여전히 러시아에 억류된 아버지의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양국이 포로를 교환할 때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최근 200명 이상의 포로가 교환된 과정에서도 아버지는 석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