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와 협력하는 유럽 국방 관계자들이 러시아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럽이 현재 장기적인 소모전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번 주 열린 유럽 군사협력의 미래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국방 관계자들은 유럽 국민들이 장기전에 대비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며, 장기간의 전쟁을 감당할 의지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나토가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계획을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끝나는 전쟁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럽이 러시아와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러시아가 유럽 사회의 불안을 이용하면서 나토의 군사적 충돌 대응에 필요한 선택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국 전직 각료는 서방이 러시아와의 하이브리드전 규모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매우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영국 외교관은 영국의 역대 총리들이 위협의 규모를 설명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복지 지출을 줄여 국방비를 마련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 주요 군사국에서 포퓰리즘 세력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역시 유럽 국방 협력 강화 구상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미국이 유럽의 재래식 방위에 대한 관여를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 5개국이 새로운 국방 협력 역할을 맡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른바 E5 구상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의 주요 군사국들이 국방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럽의 주요 국방장관들은 이미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와 장거리 정밀타격, 우주 기반 조기경보체계 등의 공동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현재 대부분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역량으로 제시됐다.
울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유럽이 정체된 상황에서 외부 위협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국방 분야의 더욱 큰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싱거 의장은 E5 구상이 상당한 국방산업 역량을 보유한 유럽 국가들을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휴전 상황을 전제로 향후 우크라이나를 E5 협력에 포함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유럽 내에서는 E5 구상이 나토를 중복하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나토 내부에서 유럽의 국방 역할 강화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외교관은 미국이 권력 공유보다 부담 전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더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의에는 러시아와 유럽 간 하이브리드전 및 유럽 내 정치적 변화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 특히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러시아에 우호적이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들의 영향력이 유럽의 국방 협력 강화 계획에 변수로 거론됐다.
회의는 독일 정부가 지난달 발생한 라이프치히공항 드론 공격 시도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직후 열리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논의를 더욱 긴급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