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의 협상을 둘러싼 이란 내부의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 정치권은 공개적으로는 이란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쟁 이후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정치권 내부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현재 협상을 지지하는 세력의 중심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 실용주의자와 기술관료들이 있다. 이들은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와 인프라, 미국의 해상 봉쇄 등을 고려해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달 전쟁은 언젠가 끝나야 한다며 이란이 힘과 존엄을 유지하고 세계가 이란의 승리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과의 47년에 걸친 갈등을 끝내는 것이 이란 내부의 위기를 완화하고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협상을 통해 현재 이란이 확보한 성과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경 보수 세력은 미국을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과거 미국과의 합의가 실패했던 사례를 근거로 협상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강경파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체결했던 핵 합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파기한 사례를 비롯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던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미사일과 드론, 역내 무장 대리세력, 시아파 종교적 신념 등을 바탕으로 한 대결 정책이 외교보다 이란을 더 효과적으로 지켜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파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합의를 추진하는 세력이 이란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경제 위기가 실제 전쟁 때문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정부가 국민에게 합의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기 위해 경제 상황을 의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란 내부의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대이란 전략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외교를 추진하는 이란의 실용주의 세력이 워싱턴과 고위험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또 다른 군사 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내부 분열 속에서 공개적으로 협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정부가 압박 속에서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가의 약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이러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란의 적들을 고무하고 동맹국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이란에서는 미국과의 합의를 둘러싼 두 세력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실용주의 세력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상을 통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강경파는 미국과의 대결을 지속하면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장기적인 존속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