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후티반군이 홍해 연안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공세를 확대하면서 주요 항구인 모카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교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의 충돌이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격화된 가운데 발생했다.
후티반군이 홍해 연안과 일부 도서를 장악할 경우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아라비아반도 양쪽의 주요 해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관측통들은 2022년 4월 유엔이 주도한 휴전 이후 중단됐던 대규모 군사 교류가 다시 격화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 교전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세는 후티반군이 이란과 미국의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전선에 이어 제2전선을 열려는 시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예멘 전문가 바라아 시반은 예멘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이 인정한 예멘 정부가 후티반군에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새로운 전선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반은 지난 48시간 동안 후티반군이 예멘 서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크게 진격했으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내려다보는 고지대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목요일 후티반군 목표물에 최대 40차례 공습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메카 방위협정을 발동하고 공동 서명국인 파키스탄과 튀르키예에 병력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해당 협정은 방어 목적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내 군사 활동에는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후티반군은 호데이다항 남쪽의 홍해 연안을 추가로 장악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걸프 지역의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해제하는 합의에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충돌의 최근 국면은 후티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과 남부 도시를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군은 이에 대응해 9월 3일부터 7일까지 최소 15차례 공습을 벌였다.
분쟁 감시기구 아클레드는 5일 동안 이어진 교전에서 276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에도 전투는 계속됐으며, 후티반군은 타이즈주 모카와 내륙 도시 하이스, 그리고 해당 지역 최대 군사기지인 칼리드 이븐 알왈리드 군사기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반군과 연계된 추산에 따르면 후티반군은 6,000㎢가 넘는 영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 정부군 지휘관 타레크 살레 소장은 모카 남쪽에서 병력을 재편하기 위해 전략적 후퇴를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서부 해안의 정부군이 최근 며칠 동안 이란이 계획하고 지원한 후티반군의 공격에 맞서면서 전사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군의 전투력은 내부 분열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부 압력으로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중 우위를 활용해 후티반군 진지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예멘 정부 측 소식통들은 후티반군이 해안을 따라 지상 진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홍해의 전략적 도서인 주카르섬과 하니시 제도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교전은 아드달리, 알바이다, 마리브, 샤브와, 알자우프, 호데이다, 타이즈 등 예멘 곳곳에서 발생했다. 재개된 충돌 초기에는 여러 전선에서 전투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후티반군의 자원과 병력이 분산돼 일부 지역에서 후퇴하기도 했다.
후티반군은 예멘 정부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통합되지 않은 군사 지휘체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부 예멘에서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온 아랍에미리트는 올해 초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철회했다. 남부 세력은 자신들의 지역 밖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클레드의 예멘 분석가 셰르완 힌드린 알리는 양측이 상대방에게 타협을 강요할 수 있을 만큼 피해를 입히는 것을 목표로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교전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휴전 직전 후티반군이 우위를 점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양측의 군사력은 더욱 대등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투는 호데이다와 타이즈의 홍해 연안 전선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후티반군의 국가협상대표단 수장 무함마드 압둘 살람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이 아닌 상업용 선박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전의 여파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수 주 동안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면적인 충돌로 이어진 긴장 고조는 7월 후티반군 고위 대표단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하면서 본격화됐다.
대표단이 이란 항공기를 타고 반군이 통제하는 사나로 돌아오려 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착륙을 거부했고, 이후 활주로를 폭격했다. 후티반군은 이에 대응해 ‘봉쇄에는 봉쇄’라는 명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홍해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7월 20일 발표된 봉쇄 선언 이후 후티반군은 7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정유공장을 공격했으며, 8월 24일에는 얀부 앞바다의 유조선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제한한 이후 교역을 위해 홍해 항로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