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와 국제 금융망 접근 제한에 대응해 비트코인과 테더의 USDT 등 암호화폐를 활용한 국제 거래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이란이 제재로 막힌 기존 금융·외환 체계를 우회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최근 외화 거래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면서 기업과 거래업체들이 공식적인 외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테더와 비트코인 등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을 사실상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국제 금융기관을 통한 달러화 결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자금 이동 수단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이란 정부는 국내외에 보유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0억 달러 이상의 신고되지 않은 무역 수익을 국내로 환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존 금융망뿐만 아니라 암호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수단의 활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정부가 정한 환율에 따라 공식 시장에 공급하도록 요구했지만, 제재와 외화 부족이 심화하면서 정책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도 이란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제재 회피 움직임을 이미 주요 금융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8월 이란 정부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연결된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 활동에 관여한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 네트워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란 측이 규제가 약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대규모 자산을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란이 전통적인 은행 중심의 국제 금융체계에서 벗어나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병행 금융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특히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USDT는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성 때문에 국제 거래와 자금 이동에서 비트코인과 다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