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의 타라할 방파제를 통해 대규모 인파가 해안으로 밀려들면서 새로운 이민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스페인 공영방송 RTVE와 안테나3가 보도했다. 수천 명이 몰려 응급·수용 시설이 마비됐던 2021년 5월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RTVE에는 여러 무리가 과르디아시빌(치안경찰)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국경 인근 문이 열리며 수십 명이 도시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해변에는 이들이 버리고 간 튜브와 물갈퀴, 잠수복 등이 남았다. 대부분 젊은 남성이지만 여성과 미성년자도 관찰됐다.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시장에 따르면 최근 며칠 유입이 늘어 하루 평균 300명가량이 모로코에서 헤엄치거나 튜브를 타고 건너오고 있다. 그는 바다에서 숨진 희생자가 60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세우타가 전례 없는 이민 압박에 직면했으며 수용·응급 시설이 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안테나3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약 2천 명이 도착했으며, 타라할 세관 구역 한쪽에서 과르디아시빌의 통제를 받던 수백 명이 달아나기도 했다.
과르디아시빌이 유입 차단을 위해 남부 국경에 배치됐고 정부대표부는 모로코 헌병대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지 치안경찰 소식통은 협조가 피상적이어서 압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바스 시장은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단일 지휘권' 행사, 붕괴 상황 대응을 위한 자원·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내무부 소식통은 "국가적 이익 비상사태 선포는 국가 민방위 규정의 일부로, 이민 유입을 민방위 시스템의 위험으로 보지 않으며 특별 계획도 규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내무장관이 내일 세우타를 찾아 상황을 평가하고 당국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모로코는 이번 대규모 유입을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돌리며 스페인과의 이민 협력이 '모범적'이라고 강조했다. 마드리드 주재 모로코 대사관 외교 소식통은 최근 세우타 불법 입국 시도가 모로코 당국의 불법 이민 조장 의사를 반영한 것이 결코 아니며, 인신매매와 밀입국 알선 범죄 조직의 악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