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럼 베트남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이번 주 러시아와 프랑스를 연이어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의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할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2045년 고소득 경제 달성을 위한 자금과 기술, 협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또 럼은 먼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프랑스로 이동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고 국제우주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강대국을 연이어 방문하는 행보는 베트남이 추진해 온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알렉산더 부빙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 교수는 또 럼이 모스크바와 파리를 상대로 남중국해 문제에서 베트남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프랑스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공식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달 말 중국의 남중국해 인프라 개발과 매립 활동에 강하게 항의했다. 베트남이 항의한 대상에는 앤틸로프 암초와 야공섬의 새로운 기반시설 개발과 매립이 포함됐으며, 베트남은 야공섬을 바바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은 해당 작업이 자국의 주권적 권리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베트남의 항의를 거부했다.
러시아 방문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며 에너지와 국방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베트남 중부의 원자력발전소와 남중국해의 탄화수소 탐사 사업 등이 주요 협력 사업으로 거론됐다.
또 럼은 러시아와 프랑스 모두와의 협력에서 첨단기술을 주요 분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됐다. 과학, 사이버보안, 디지털 전환 등도 주요 협력 분야로 언급됐다.
또 럼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발생한 결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응우옌 칵 지앙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베트남의 석유와 가스 공급 확보와 원자력 개발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이 국방 협력 관계를 모스크바에서 다변화하고 있음에도 러시아에 정비와 부품, 기술 지원을 수년간 계속 의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양국 교역 규모는 현 상황에서 크게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에서는 에어버스와의 협력 확대와 프랑스의 베트남 철도 및 방산 사업에 대한 관심, 국제우주정상회의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 호앙 홉 베트남 정치 싱크탱크 비엣노우 회장은 이번 방문이 2024년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2012년 양국 관계를 해당 수준으로 격상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프랑스를 방문하기 전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이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럼의 이번 러시아·프랑스 방문은 장기적인 순방 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는 이달 말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며 유엔총회 연설도 예정돼 있다. 다음 달에는 브뤼셀을 찾아 유럽 정상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또 럼은 2024년 집권 이후 20개국이 넘는 국가를 방문했으며, 외국 정상들을 베트남 하노이로 초청해 왔다.
응우옌 칵 지앙은 또 럼이 ‘개인 외교’를 국내 경제 정책을 위한 자본과 기술, 협력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연간 10% 성장과 저비용 제조업에서 지식경제로의 전환, 2045년 고소득 국가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 부흥의 시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 호앙 홉은 또 럼이 베트남의 서기장과 국가주석을 겸임하면서 외교정책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점이 활발한 해외 순방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지속적인 해외 순방이 또 럼이 개인화된 외교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베트남을 주요 강대국들이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대화 상대’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빙 교수 역시 또 럼의 잦은 해외 방문이 국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위험을 분산하고 여러 국가와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보여주는 동시에, 베트남의 국제적 위상과 명성을 높여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