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낙태약 허용을 추진한다. 정부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신 9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2027년 1분기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행 초기 2년 동안에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업체가 신청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 약물이 포함된 복합 포장 제품의 수입 신청을 승인하기 위한 절차로 추진된다.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수십 년간 유지돼온 대부분의 낙태 금지 조항을 완화하라고 결정했다. 이후 낙태는 비범죄화됐지만 관련 법률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종교계와 보수 성향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백 속에서 일부 여성들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을 온라인 비공식 경로를 통해 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의 관리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 또는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와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도 혼선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은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도입이 임신중지를 보다 안전하게 시행하고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관계 당국에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 사용을 허용할 방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100개 국가가 낙태약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0년 한국에서 약 3만2천 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됐다. 산부인과 전문의 이재관은 국내 낙태의 대부분이 수술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의사들이 위궤양 치료 등에 주로 사용되는 미소프로스톨을 임신중지 목적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해당 용도로는 허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의 여성인권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부 발표를 안전한 임신중지를 지원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성들이 낙태약을 더욱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마련하고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비용 보장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정부 계획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단체는 이번 계획이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약 도입만으로는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 약물 사용에 따른 합병증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와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낙태약을 처방한 의료진을 형사처벌 가능성으로부터 보호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의 법적 보호가 보장되지 않는 낙태약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