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지역 전쟁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공격이 예멘 내전을 재점화하고 홍해 해상운송을 교란시킬 위험을 키우고 있다.
예멘이 전면전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월요일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민병대는 사우디아라비아 연안 홍해에서 또 다른 원유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은 앞서 사우디 석유 인프라와 인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다른 선박들에 대한 공격에 이은 것이다. 이 수로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며, 이란의 지속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걸프 국가들의 원유수출 대체 경로로 활용돼왔다.
지난 8월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 특히 항구도시 모카도 공격했다.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예멘 정부는 이에 대응해 후티의 인프라를 타격했다. 예멘 분쟁 분석가 히샴 알오메이시는 DW에 "모카는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내려다보는 지역으로, 후티 반군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후티는 홍해 연안 지역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며, 모카가 속한 알후데이다주 전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목표로 해 국제해상무역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지속하려 한다"고 예상했다.
현재의 군사적 충돌 격화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국제적 승인 예멘 정부 사이에 4년간 이어진 상대적 평온기를 끝낸 사건이다. 다만 알오메이시는 후티의 최근 전략을 이끄는 두 가지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휴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계속해서 예멘 정부에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사우디는 또한 후티 통제지역에 대한 공항·항구 봉쇄를 완전히 해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후티는 예멘의 사실상 통치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알오메이시가 보기에 후티는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그는 "후티는 정부 개혁, 급여 지급, 생활수준 개선 같은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국내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후티가 "우리는 지금 다른 전쟁으로 바쁘다"고 말하면서 이런 국내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더 넓은 중동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알오메이시는 후티의 공격이 신중하게 시점을 조율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이란이 어떻게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었는지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수입과 원유수출의 봉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말했다.
후티 민병대를 상대로 한 사우디의 줄타기
런던 소재 컨설팅업체 아주르 스트래티지의 지정학·안보 담당 이사 앨리스 가워는 DW에 "예멘의 불안정은 더 이상 단순히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국경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안전한 홍해를 원하지만, 동시에 예멘에서 또 다른 전쟁에 발이 묶이지 않으면서 이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가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우선순위는 비전2030 하의 경제 전환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우디가 예멘, 수단, 아프리카의 뿔에서 벌어지는 위기들을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홍해라는 하나로 연결된 전장으로 갈수록 인식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후티의 공격이 해상운송을 위협하고, 보험료를 인상시키며,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비전2030이 갈수록 의존하는 인프라를 교란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기고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따라 국방정책을 갱신했다고도 밝혔다. "리야드는 자국의 해양 이해관계를 방어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더 넓은 안보체계 구축에 집중해왔다." 앞서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의 강력한 동맹이자 이란의 적국인 미국을 포함해 14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다국적 해상방위연합체 창설을 주도한 바 있다.
가워는 "새로운 사우디 주도 해상연합체는 이런 접근법의 일환으로, 리야드가 안보 부담을 분산시키고 지역적 억지력을 강화하며 바브엘만데브, 홍해, 아덴만 전역의 위협을 같은 안보문제의 일부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히면서도, 이것이 효과적임이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또한 파키스탄, 튀르키예와 함께 메카공동방위협정이라는 방위협약에도 참여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이 새로운 협정 역시 아직 "작전상의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재차 지적한다.
미국 기반 리스크자문업체 바샤리포트의 창업자 모하메드 알바샤는 이런 연합체와 동맹 그 어느 것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시 예멘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실제로 막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에게 50억 달러를 주고 테헤란으로 직항 항공편을 운항하도록 허용하며 자국 항구에 어떤 선박이든 정박하도록 허용한 뒤, 몇 년 후 이들이 다시 100억 달러를 요구하며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그 50억 달러를 예멘 내 반(反)후티 연합을 지원하는 데 써서 후티가 고자세에서 내려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것,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평화 로드맵에 달린 인도적 상황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시나리오 어느 쪽도 진정한 평화의 희망을 담고 있지 않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 중 하나로 고통받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성명에서 "예멘을 다시 전면적 분쟁으로 되돌릴 위험이 있는 모든 행위를 모든 당사자가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예멘 담당 연구원 니쿠 자파르니아는 DW에 "지금 예멘 사람들이 처한 상황보다 더 나쁜 조건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럼에도 후티와 사우디 주도 연합 간의 분쟁 재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멘의 인도적 위기가 이미 이토록 심각한 상황에서, 관건은 이번 예멘 내 확전이 여전히 외교를 통해 억제될 수 있는가다. 예멘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타왁쿨 카르만은 어떤 진지한 평화 노력이든 위기의 근본 원인, 즉 예멘 국가의 붕괴와 그 제도의 훼손을 다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카르만은 후티를 포함한 예멘의 모든 구성세력이 유엔의 후원 아래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 합의로 도출한 국민대화의 결과물이 여전히 평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로드맵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