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중국에 급증하는 무역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초기 조치를 10월 초까지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통상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 무역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는 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역적자 확대뿐 아니라 유럽연합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수출 장벽과 중국의 핵심 공급품 수출 제한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제품군을 대상으로 협력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유럽연합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2025년 3,606억 유로로 전년보다 15% 증가했으며, 2026년 상반기에도 중국의 대유럽연합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보다 9%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자체 통계에서도 2025년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약 3,599억 유로로 집계됐다.
유럽연합이 문제로 지목한 중국산 제품은 섬유, 화학제품, 플라스틱, 기계류,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등이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생산능력 과잉이 이들 제품의 대유럽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 불균형과 생산능력 과잉을 문제 삼는 접근이 중국에 대한 압박과 시장 제한을 목적으로 한 보호주의라고 반박하고 있다.
핵심 쟁점에는 중국의 희토류와 범용 반도체 수출 제한도 포함됐다. 셰프초비치는 유럽연합이 중국의 핵심 공급품 수출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 분야에서 높은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 4월 희토류 수출 제한을 도입한 바 있다.
중국의 수출 증가세 역시 유럽연합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0% 증가해 7월의 23.9%보다 확대됐으며, 수입은 28.2% 증가했다. 이에 따라 8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1,19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무역흑자는 약 8,055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따른 글로벌 수요가 중국의 첨단제품 수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8월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0% 증가했지만,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은 오히려 7.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대미국 수출 역시 8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34% 이상 증가했다.
셰프초비치는 한 차례의 중국 방문만으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양측이 실질적인 해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이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유럽연합 내부에서 다른 대응책을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