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된 4일 한국 증시는 이틀째 크게 밀렸다. 코스피는 장중 5,455.75로 전날보다 193.04포인트(3.42%) 하락했다. 예측시장 칼시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할 확률이 99%를 넘어선 시점이다. 이번 선거의 숨은 쟁점은 AI 데이터센터였다. 데이터센터가 가정 전기요금을 끌어올린다는 유권자 불만을 민주당이 파고들었고, 그 결과가 데이터센터 투자에 기대온 한국 반도체·전력 종목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반도체가 하락 주도…전력기기·배터리도 약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컸다. 히트맵 기준 SK하이닉스는 5.87%, 삼성전자는 4.10% 내렸다. SK하이닉스 지분을 가진 SK스퀘어(-5.56%)와 삼성전기(-3.44%)도 약세였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수혜주로 꼽혀 온 종목도 함께 밀렸다. 변압기·배전반을 만드는 LS일렉트릭(-3.70%), 효성중공업(-2.69%), 가스터빈·원전 설비의 두산에너빌리티(-3.83%)가 하락했다.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대가 실렸던 LG에너지솔루션은 5.18% 내렸다.
반대로 한국전력(+3.10%), KT(+3.37%), SK텔레콤(+2.62%) 등 내수·방어주는 올랐다. 위험 자산에서 빠진 돈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옮겨 간 모습이다.
선거 쟁점이 된 '데이터센터 전기료'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4년 이후 10% 넘게 올랐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대거 끌어다 쓰면서 그 비용이 일반 가구로 전가된다는 불만이 커졌고, 이번 선거에서 전기요금과 데이터센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곳이 오하이오다.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후보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상대인 공화당 존 허스테드 의원을 '데이터센터의 얼굴'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칼시는 개표 중 이 의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확률을 98%로 매겼다. 캘리포니아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7개 도시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유예 조치)을 통과시켰다.
이 문제는 초당적 의제이기도 하다. 미 하원은 9월 16일 대형 데이터센터에 전력망 증설 비용을 부담시키는 기준을 주 규제기관이 검토하도록 하는 '요금납부자 보호법'을 417대 3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이런 비용 부담 논의가 더 강한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에 미칠 경로
시장이 걱정하는 경로는 두 갈래다. 첫째는 메모리 반도체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드는 전력 비용이 늘거나 인허가가 까다로워지면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 수요의 성장 기대가 그만큼 흔들린다. 증시는 전날에도 AI 투자 수익성 우려로 3.59% 급락했는데, 여기에 정책 비용 변수가 더해졌다.
둘째는 전력기기다. 셈법은 반도체보다 복잡하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증설 비용을 직접 내더라도 변압기·송배전 설비 수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프로젝트 사업성이 낮아지면 착공 시점이 미뤄질 수 있어, 그동안 높게 매겨진 성장 기대가 조정받는 모습이다.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날 하락을 선거 결과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 기술주의 AI 투자 회의론과 외국인 매도가 함께 작용했다. 새 의회는 내년 1월 출범하며, 데이터센터 관련 입법은 상원 구성과 대통령 거부권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선거 확정 결과와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수정 여부를 함께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