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가 21일 조기 종료된다. 지난 17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던 이번 연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 따라 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줄었다. 진행 중이던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의 기간과 규모가 도중에 축소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1부 방어만 하고 2부 반격은 생략
매년 8월 실시되는 UFS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지휘소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으로, 1부 방어와 2부 반격으로 나뉘어 진행돼 왔다. 이번에는 1부만 소화한 채 연습이 끝난다.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방어 국면만 점검하고, 반격과 수복 절차를 다루는 2부는 통째로 건너뛰는 것이다.
UFS와 연계해 실시되는 야외기동훈련(FTX·Field Training Exercise)도 대폭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급 이상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 14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군 단독 실시, 한미 각각 별도 진행, 순연 등의 방식으로 조정됐다. 다만 야외기동훈련 자체는 지휘소연습이 끝난 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트럼프의 SNS 글에서 시작된 축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연습 개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지시였다. 한미 군 당국은 이에 따라 지휘소연습 2부를 생략하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UFS는 상반기의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와 함께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해 상·하반기 각각 실시되는 전구급 연습이다.
연내 북미 정상회담 여건 조성 포석
이번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연내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연합훈련 축소를 명분 삼아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표면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훈련 축소가 한반도 대화 여건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군 안팎에서는 연합작전 수행 능력 검증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평가 일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훈련 축소가 협상 시작 전에 내준 큰 양보라고 비판했다.
북한 반응은 아직 냉랭
정작 북한의 호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며 인과응보라고 했고, 북한은 한미훈련 축소 자체에 "흥미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최근 소통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축소 지시가 나온 다음 날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은 본토와 동맹 방어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대응했다. 훈련 카드를 먼저 내려놓은 워싱턴이 실제 대화 재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이번 연습 종료 이후의 북한 움직임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