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5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이후 'AI 트레이드'에서 대거 이탈하는 투매에 휩싸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전날 선거 직후 랠리로 얻은 상승분은 하루 만에 모두 사라졌다.
3대 지수 동반 폭락…2025년 4월 이후 최악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21.52포인트(5.52%) 떨어진 24,315.00에 장을 마쳤다.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0% 넘게 하락해, 통상 '조정'으로 부르는 구간에 들어섰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800포인트 넘게(3.44%) 내린 51,523.06, S&P 500 지수는 4.36% 내린 7,353.73으로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해방의 날' 상호관세 발표로 시장이 요동친 2025년 4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도 4% 넘게 떨어졌다. 이날 기술주 투매로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약 2조5000억달러가 증발했다.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진짜 패닉"이라며 "100% 반도체주와 AI 트레이드 둔화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네오클라우드 직격탄
하락은 AI 인프라 관련주에 집중됐다. 오후 집계 기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각각 9% 안팎, AMD와 마이크론이 15% 안팎, 암이 12% 안팎, 퀄컴이 10% 안팎 급락했다.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SOXX)는 11% 가까이 떨어져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를 빌려주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낙폭은 더 컸다. 코어위브가 11% 안팎, 네비우스와 아이렌이 16% 안팎 떨어졌고 오라클도 7% 안팎 하락했다. 매도세는 캐터필러(-5% 안팎), JP모건(-4% 안팎) 등 경기민감주로도 번졌다.
선거가 바꾼 'AI 인프라' 계산법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선거 결과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미칠 영향이다. 민주당은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고, 주요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특히 텍사스에서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공화당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은 것이 충격을 키웠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주 내 데이터센터 개발 중단을 주장해 왔다. 웰스파고는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기가와트 기준)의 27%가 텍사스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압박이 이어졌다. 민주당과 공조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이날 영상에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국적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차원의 반발도 수치로 확인됐다. 이번 선거에서 12개 주 41개 지역이 데이터센터 관련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쳤고, 거의 모든 곳에서 유권자들이 건설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쪽을 택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18개 카운티가 투표를 실시했으며, 상당수는 전면 금지보다 소음·용수·전력 사용 한도를 두는 방식이었다.
"중간선거 영향 파악까지 관망"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정치 변수로 꺾일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팀 홀랜드는 투자자들이 "중간선거가 AI 설비투자 사이클에 미칠 영향을 더 파악할 때까지 물러나 있다"고 진단했다. 트루이스트웰스의 키스 러너는 "고무줄이 점점 더 팽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로 피신…10년물 금리 두 달 만의 최저
주식에서 빠진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향했다. 미 국채 매수세가 몰리며 1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9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60% 넘게 급등해 26선으로 올라섰다. 금 선물은 1% 가까이 올라 온스당 4100달러선을 지켰다.
앞서 한국 시간 5일 코스피도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반도체주 중심으로 5%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뉴욕 증시의 반도체 투매가 마감까지 이어진 만큼 6일 국내외 아시아 증시에도 추가 하락 압력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