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5일(현지시간) 약 10개월 만에 고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귀국 직후 그는 엑스(X)에 "여기 있다. 여러분과 함께"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귀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온 일정보다 대선을 앞당기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당에서 시작한 '상징적 귀국'
마차도가 처음 나타난 곳은 서부 라라주 바르키시메토 인근 성당이었다. 양 떼를 이끄는 목자의 모습으로 성모를 표현한 '디비나 파스토라' 상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장면이 공개됐다. 이후 그는 지지자 차량 행렬과 함께 수도 카라카스로 향했다.
마차도는 지난해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오슬로로 몰래 출국한 뒤 귀국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상업 항공편과 전세기를 이용한 시도는 번번이 정권에 막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는 콜롬비아 국경을 육로로 넘은 것으로 보이며, 미국 민간 경호팀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와 밀착한 트럼프, 엇갈린 셈법
미국은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이후 마두로 정부의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를 여러 차례 "훌륭하다"고 치켜세웠지만, 국민 지지가 훨씬 높은 마차도에게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의 귀국을 몰랐다며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했다. 마차도는 1월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을 석유 통제권 확보라는 성과로 내세운다. 미국은 8월 베네수엘라 확인 매장량의 약 5분의 1인 650억 배럴에 대한 '과반 통제권'을 합의로 확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지 여론이 이런 자평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스는 국민 사이에서 반감이 크고, 경제 사정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라카스의 한 기술자는 "마두로를 없앤 건 좋지만 사는 건 그대로"라고 말했다.
내년 7월 대선 요구…협상 판도 바뀌나
마차도는 2024년 대선에서 출마가 막히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전 대사를 대리 후보로 내세웠다. 곤살레스는 큰 표차로 이겼지만, 마두로 정권이 결과를 조작해 발표하면서 취임하지 못했다. 이후 탄압이 거세지며 곤살레스는 망명했고, 마차도는 은신에 들어갔다.
마차도는 내년 7월까지 대선을 치르자고 요구하며 직접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아직 선거를 치를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해 이 요구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은 다른 야권 인사 디노라 피게라가 이끄는 과도 협상을 지원했다. 정권 측 대표는 델시 로드리게스의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이다. 올해 정치범 1000명 이상이 풀려났지만 300명 넘게 여전히 수감돼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마차도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지원한 화해 협상의 직접적 결과라고 밝혔다. 곤살레스도 "곧 함께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거리에서 춤추게 되더라도 그 장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