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가 대외무역 감소와 높은 물가상승률, 가계 구매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전방위적인 충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과 외부 압박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정부 재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군사적 충돌이 종료되더라도 경제 위기가 곧바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해상 봉쇄의 영향으로 이란의 수출과 수입이 약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외무역 감소는 이란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화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상품 공급이 제한될 수 있으며, 환율과 물가에도 추가적인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세도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란 통계센터의 공식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르다드월로 끝나는 최근 12개월간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70%에 육박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약 90%를 기록했다.
특히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28%에 달했다. 일람 지역의 물가상승률은 114.6%, 쿠르디스탄과 로레스탄은 각각 109.7%, 호르모즈간은 107.7%로 나타나는 등 9개 주에서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의 구매력도 크게 약화됐다. 이란력 1400년 이후 소비자물가의 전반적인 수준은 약 7배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달러 환율은 약 7.2배 상승했고 최저임금은 약 6.3배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가격의 상승 폭은 더욱 컸다. 주요 식품 가운데 일부 품목은 가격이 9배 이상 올랐으며, 식용유와 육류, 유제품 등의 가격은 최저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득 가운데 필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란 경제의 문제는 외부 제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의 경제학자 카므란 나드리는 정부의 재정 부족분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압력을 통해 충당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증가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드리는 국제적 긴장이 지속되고 전쟁과 평화 사이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는 조건에서는 국내 경제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구조개혁의 전제조건이며, 이후 개혁에는 은행과 정부 예산, 경제 거버넌스 구조가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금융 시스템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메흐디 하디안 통화·은행연구소 부소장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수익성이 낮은 자산이나 동결된 채권, 만성적인 초과인출 문제를 안고 있는 은행들이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중앙은행 자원에 다시 의존할 경우,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 자체가 새로운 통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외 금융거래를 둘러싼 제약도 이어지고 있다. 에테마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이집트 미스르은행 지점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 측은 해당 지점이 약 2년 반 동안 이란의 비공식 금융망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1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약 18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석유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거래 은행망과 보험, 해운, 자금이체 통로 등도 제약 대상이 될 수 있어 군사적 충돌이 완화되고 석유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이란이 수출 대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란 경제는 대외적 제약과 국내 경제 불균형이라는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외 제약은 무역과 외화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한된 재원이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 은행 시스템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 종료되면 일부 경제적 압력이 완화될 수 있지만, 현재 나타난 무역 감소와 높은 물가, 구매력 저하, 금융 시스템의 불균형 등을 고려하면 경제가 곧바로 안정 단계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