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통한 역외 차입 규모가 올해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49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낮은 금리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위안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자금조달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중국의 딤섬본드와 판다본드 발행 규모가 합계 1조 위안을 넘어 지난해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딤섬본드 발행 규모는 약 7,863억 위안, 판다본드는 약 2,316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딤섬본드는 홍콩 등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의미하며, 판다본드는 외국 기관이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두 시장을 합친 위안화 표시 차입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선 것은 위안화의 국제적 자금조달 기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1.68%인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4.78% 수준으로, 양국 간 금리 차이가 역사적으로 매우 큰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위안화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계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 일부 국가들도 위안화 채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딤섬본드 발행의 약 3분의 2는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과 정부의 위안화 채권 발행도 확대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슬로베니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최근 판다본드 시장을 활용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올해 위안화 역외 채권시장의 발행과 투자자 참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채권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제도적 변화 역시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홍콩의 위안화 금융 인프라가 강화되면서 위안화 유동성과 채권시장 접근성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의 낮은 금리가 위안화를 일본 엔화와 유사한 글로벌 자금조달 통화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일본이 장기간 저금리 환경을 유지하면서 엔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요 조달 통화로 활용됐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위안화가 당장 달러를 대체하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호주준비은행은 2026년 상반기 위안화 표시 국제채권 발행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국제 채무증권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수준으로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위안화의 역할이 단순한 무역결제 통화를 넘어 기업의 자금조달과 재무관리, 국제 채권 발행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홍콩을 중심으로 역외 위안화 금융 인프라가 추가로 확대될 경우, 위안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저비용 자금조달 통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