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 동맹국에 ICC 탈퇴 압박…“미국과 누가 함께하는지 지켜볼 것”

4시간 전72벨기에, 브뤼셀
美, 나토 동맹국에 ICC 탈퇴 압박…“미국과 누가 함께하는지 지켜볼 것”AI

미국이 나토 동맹국들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데 협력하고 로마규정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슈 휘터커 미국 특사가 나토 32개 회원국 대사 회의에서 ICC 탈퇴를 촉구하며 “누가 미국과 함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나토 외교관들이 전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ICC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미국의 요구에 반대했으며, 이번 압박이 이미 긴장이 커진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들을 상대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데 협력하고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32개 회원국 대사 비공개 회의에서 매슈 휘터커 미국 특사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ICC를 해체하는 데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휘터커 특사는 동맹국들에게 로마규정에서 탈퇴할 것을 촉구했으며, 발언을 마치면서 “누가 미국과 함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나토 외교관 3명이 전했다.

미국의 요구는 자국 관계자들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는 국제기구와 국제 규범이 미국의 행동 범위를 제한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설명됐다.

미국 측이 나토 대표단에 전달한 문서에는 “미국은 ICC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해체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탈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서는 동맹국들에게 ICC가 자국에 미치는 위협을 검토하고 ICC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며 ICC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즉시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문서에는 ICC와 관련한 상황을 “한 번에 끝내자”는 취지의 표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자체는 ICC 가입국이 아니지만, 미국과 튀르키예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은 ICC의 로마규정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ICC를 상대로 한 미국의 압박은 올여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시작했다. 루비오 장관은 ICC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7월 13일 ICC와 그 지지자들이 총알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법률과 협약, 이른바 국제법의 힘을 이용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주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ICC는 2002년 설립됐으며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등 가장 중대한 국제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을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ICC는 2020년 미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미국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듬해 해당 사건의 우선순위를 낮췄다.

이후 ICC는 카리브해에서 미국이 선박을 상대로 벌인 마약 관련 공격을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도 받아왔다.

이번 미국의 압박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 사이의 긴장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여러 유럽 국가가 미국의 이란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발이 있었으며, 올해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으로 나토 내부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나토 정상들은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연례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갈등을 대체로 봉합했지만, 며칠 뒤 미국이 ICC 탈퇴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긴장이 발생했다.

한 나토 외교관은 휘터커 특사의 발언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외교관은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휘터커 특사의 발언에 대응해 ICC를 옹호하고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프랑스 측은 ICC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밝혔고, 네덜란드 측 역시 ICC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유럽 각국과의 양자 접촉에서도 ICC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ICC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달 ICC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했으며, 제재 대상에는 ICC의 토모코 아카네 소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ICC 대변인은 법원이 로마규정에 따라 피해자의 이익과 정의를 위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시도에도 ICC는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ICC 압박은 미국이 유럽과 캐나다에 자체적인 방위 책임을 더 많이 맡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나토 3.0’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나토에서 그동안 차지해온 비중과 방위 역량 및 지출을 조정하는 한편 동맹국들의 책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나토 회원국에 전달된 미국 외교정책 관련 설문 역시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보호를 받는 대가로 미국의 외교정책에 동조하도록 압박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나토 외교관들은 이번 ICC 탈퇴 요구가 동맹국들을 같은 방식으로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ICC 문제는 더 큰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의제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나토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동맹 내부 회의에서 ICC 탈퇴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은 다른 외교적 자리에서보다 훨씬 민감한 사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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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나토#NATO#국제형사재판소#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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