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남유럽과 이베리아반도 등지에 서식하는 곤충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올해 여름 영국 본토에서는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던 곤충들의 첫 발견 사례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웨스트서식스의 니프 에스테이트에서 생태학자로 일하는 맷 펠프스는 지난 7월 산책 중 특이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곤충학자 그레임 라이언스와 함께 소리를 추적했고, 약 3시간 동안 탐색한 끝에 소리의 근원이 자신들이 서 있던 지면 바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마른 점토의 갈라진 틈에서 영국 제도에서 처음 확인된 베르주 또는 보르도 귀뚜라미를 발견했다. 이후 이 곤충에 대한 발견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관찰 사례가 잇따랐다.
영국 본토에서는 이 밖에도 새로운 곤충 발견 사례가 이어졌다. 노스체셔의 은퇴한 비서 재키 하머는 나방 채집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이베리아반도에 서식하는 나방인 Odice pergrata를 발견했다. 이 종은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에식스에서 밤마다 나방을 관찰하던 데이비드 커즌스는 푸른색 무늬가 있는 흰색 나방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 곤충은 북아프리카와 남유럽에서 알려진 점박이물범나방인 Enolmis acanthella로 확인됐으며, 영국에서는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속의 나방으로 전해졌다.
콘월의 18세 올리 맥키운은 자신의 방에서 사마귀를 발견했다. 책상에서 작업하던 중 키보드 위를 기어가는 사마귀를 처음 발견한 뒤 의자와 벽 등 주변에서도 여러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사마귀가 영국 본토에서 처음 번식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확인됐다.
콘월 야생동물보호단체는 여러 지역에서 전문가들이 사마귀가 실제로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학교 곤충학자이자 왕립곤충학회의 회원인 리엄 크로울리는 이러한 곤충들의 이동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이유로 기온 상승과 곤충들의 북상을 제시했다. 다만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거 영국에 서식했던 곤충이 서식지 파괴로 지역에서 사라졌다가 자연환경이 복원되거나 기후 변화로 다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올여름에는 곤충의 이동 자체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곤충들은 대륙에서 영국으로 이동하며 일부는 북아프리카에서 이동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특히 벌새매나방과 꽃등에 등 눈에 잘 띄는 곤충의 이동이 두드러졌다는 설명도 나왔다. 매미와 줄무늬매나방, 작은멋쟁이나비, 노랑나비 등도 대량으로 관찰된 사례로 언급됐다.
일부 종은 영국 남부에서 번식하고 정착하거나 겨울을 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에식스 야생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 해리 윗츠는 7월 에식스 콜른 포인트에서 푸른 날개를 가진 가느다란날개메뚜기를 발견했다. 그는 이 곤충이 영국 본토에 자연적으로 유입된 첫 사례를 목격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같은 여름 켄트에서 발견된 다른 개체들은 해저터널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윗츠와 동료 조스 카는 같은 장소에서 큰눈노린재의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
크로울리는 영국에 유입된 곤충 가운데 상당수는 겨울을 견디고 정착할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생태계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종은 다른 종과 경쟁하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