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에서 다시 전쟁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전황이 크게 바뀌었다. 에티오피아 연방군과 친정부 무장세력 '티그라이 평화군(Tigray Peace Force)'은 10월 3일 티그라이 주도 메켈레의 공항을, 4일에는 도심을 장악했다.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일시적으로 메켈레에서 철수해 다른 곳에서 작전한다"고 밝혔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넓어지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10월 1일 에티오피아와 외교 관계를 끊었고, 에티오피아와 이집트는 서로 외교관을 추방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반군 연합의 배후로 에리트레아·수단·이집트를 지목하고 있다. 2020~2022년 내전이 국내 전쟁에 외국군이 가세한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아프리카의 뿔 전체가 얽힌 지역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 2주간의 전개
9월 18일 미국 재무부는 2021년 티그라이 내전 당시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선포한 국가비상사태(행정명령 14046)가 만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리트레아 국방군, 집권 정당 민주정의인민전선(PFDJ), 국영 기업 등에 대한 제재가 풀렸다. 국무부는 에티오피아를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무기 수출 금지국 목록에서 뺐다. 이코노미스트는 "기묘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닷새 뒤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9월 20일: TPLF와 암하라주 민병대 파노(Fano), 오로모해방군(OLA) 등 7개 반정부 세력이 아비 아머드 총리 정권 타도를 목표로 연합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단체는 참여를 부인해 정확한 구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 9월 22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군의 드론 공습으로 티그라이 남부 알라마타의 학교 등에서 민간인 최소 14명이 숨졌다.
- 9월 23일: TPLF 측 병력이 메켈레·악숨·시레 공항 3곳을 장악했다. 연방정부는 티그라이행 항공편을 중단했다. TPLF는 정부군이 남부 티그라이를 공격해 "방어 전쟁"에 들어갔다고 했고, 정부는 TPLF가 암하라·아파르의 군 진지에 "전면 공세"를 펼쳤다고 맞섰다.
- 9월 말: 반군은 아파르주의 에레브티를 거쳐 아페데라 방면으로 진격했다. 아파르에서만 15만 명 이상이 피란한 것으로 우려됐다. 티그라이의 통신은 끊겼고, 9월 27일에는 메켈레의 티그라이 TV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 10월 1일: 에티오피아가 에리트레아 대사관 폐쇄를 명령하자 에리트레아는 외교 관계를 끊었다. 같은 날 친정부 세력이 아파르의 에레브티 등을 되찾았다.
- 10월 3~4일: 연방군과 티그라이 평화군이 메켈레 공항과 도심을 장악했다. TPLF는 철수를 인정했지만 반격을 예고했다.
사상자는 검증이 어렵다. 에티오피아군은 TPLF 전투원 895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지만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600만~700만 명이 사는 티그라이에서 전기와 인터넷이 끊겨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구호기관들은 활동 거점을 옮기고 있다.
2. 왜 다시 싸우나: 깨진 프리토리아 협정
2020년 11월 시작된 첫 번째 티그라이 전쟁에서는 에티오피아 연방군과 에리트레아군, 암하라 민병대가 한편이 돼 TPLF와 싸웠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없지만, 아프리카연합(AU) 중재단 관계자 등은 전투와 기근, 의료 붕괴로 최대 60만 명이 숨졌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2021년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에티오피아에 무기 금수 조치를, 에리트레아에 제재를 부과했다.
전쟁은 2022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맺은 '적대행위 중단 협정'으로 멈췄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TPLF는 무장을 해제하고, 연방정부는 티그라이에 대한 봉쇄를 풀고 임시 행정부를 세우며, 모든 외국군(사실상 에리트레아군)은 철수한다는 것이었다.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TPLF의 무장해제는 부분적이었다. 에리트레아군은 티그라이 북부 일부에 남았다. 분쟁 지역인 서부 티그라이는 암하라 세력이 계속 차지했고,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TPLF 내부도 갈라졌다. 2025년 협정을 주도했던 게타추 레다 임시행정부 수반이 데브레치온 게브레미카엘 의장 측과의 권력 다툼 끝에 밀려났고, 국가선거위원회는 TPLF의 정당 등록을 취소했다. TPLF는 아비 총리가 티그라이에 "징벌적 포위"를 가하는 "집단학살적" 정책을 편다고 비난했고, 정부는 TPLF를 에티오피아를 해체하려는 외세의 "트로이 목마"라고 불렀다. 지난 몇 주 사이 정부군은 선포하지 않은 드론 전쟁을 벌였고, 그것이 9월 말 사실상의 2차 내전으로 번졌다.
3. 뒤바뀐 동맹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동맹 구도가 거의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점이다.
- 파노: 2020~2022년에는 연방군 편에서 TPLF와 싸웠다. 그러나 2022년 평화협정이 서부 티그라이 영유권 등 암하라의 이해를 무시했다고 여겼고, 2023년 연방정부가 지역 특수부대 해체를 추진하자 반란을 일으켰다. 이제 오랜 적이던 TPLF와 손을 잡았다.
- 에리트레아: 첫 전쟁에서 연방군과 함께 싸웠다. 그러나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 대통령(80)은 아비 총리가 자신을 빼고 TPLF와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배신으로 여겼다. 더 큰 문제는 바다다. 내륙국 에티오피아의 아비 총리는 2023년 이후 홍해 항구 접근권을 "생존의 문제"라고 거듭 말하며 에리트레아 해안 일부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에리트레아는 반군 연합 개입을 부인하지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파노와 오래 관계를 맺어 왔고 TPLF 등에 무기와 병참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티그라이 평화군: TPLF 분열에서 나온 친정부 티그라이 무장세력으로, 연방군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메켈레 진격의 선봉에 섰다. 같은 티그라이 사람끼리 싸우는 구도는 연방정부가 이 전쟁을 '티그라이 대 중앙정부'가 아닌 'TPLF 대 나머지'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다.
4. 전략 지형: 웰디야와 지부티 회랑
전선의 지리는 이 전쟁이 왜 위험한지 보여 준다.
웰디야는 암하라주 북부, 티그라이와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잇는 간선도로 위의 도시다. 2021년 TPLF가 아디스아바바를 향해 남진할 때도 이 축을 따라 내려왔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은 9월 파노가 TPLF와 에리트레아의 지원을 받아 웰디야 점령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웰디야가 무너지면 수도 공세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더 큰 급소는 동쪽의 아파르주다. 에티오피아는 1993년 에리트레아 독립으로 바다를 잃은 뒤, 수입 연료를 포함한 국제 교역의 거의 전부를 지부티 항구에 의존한다.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잇는 도로와 철도가 아파르를 지난다. 반군이 이 회랑을 끊거나 위협하면 인구 1억 3,000만 명이 넘는 나라의 연료와 식량 공급이 흔들린다. 반군의 아파르 진격이 정부에 대한 지렛대로 읽히는 이유다.
5. 아비 총리의 무기: 드론
아비 총리에게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하나는 반군의 약점이다. 개별 세력은 약하고, TPLF와 파노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서로를 학살 가해자로 부르던 사이다. 영토·민족 갈등이 얽혀 있어 공동 작전을 조율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공군력, 특히 드론이다. 2021년 말 TPLF가 아디스아바바 200㎞ 안까지 진격했을 때, 전세를 뒤집은 것은 튀르키예·이란·중국 등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무장 드론이었다. 드론은 보급로, 차량 행렬, 지휘부를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할 수 있어 기동력에 의존하는 반군에게 치명적이다. 지금 정부군은 그때보다 더 크고 정교한 드론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5월에는 총리의 한 고문이 드론으로 TPLF 지도부를 표적 암살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기도 했다.
그 대가는 민간인이 치른다. 드론 공습은 정밀하다고 홍보되지만, 이번 전쟁 초반에만 학교와 방송국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는 이런 피해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6. 지역 전쟁으로 번질 세 개의 도화선
메켈레 함락으로 TPLF가 수세에 몰렸지만, 전쟁이 에티오피아 국경 안에 머문다는 보장은 없다.
첫째, 에리트레아. 반군이 무너지면 이사이아스 대통령은 다음 표적이 자신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아비 총리의 홍해 접근 발언이 그런 우려를 키운다. 에리트레아가 직접 군대를 투입하면 이는 국가 간 전쟁이 된다. 1998~2000년 두 나라의 국경 전쟁에서는 수만 명이 숨졌다.
둘째, 수단. 2023년 4월부터 수단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내전을 벌이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수단 정부군의 핵심 우방이고, 수단 정부군은 에티오피아가 적인 RSF를 지원한다고 보고 분노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번 반군의 배후로 수단도 지목했다. 두 내전이 국경을 넘어 서로의 반군을 지원하는 '대리전의 사슬'로 묶일 수 있다.
셋째, 이집트.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에 에티오피아가 지은 대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두고 10년 넘게 대립해 왔고, 최근 에리트레아와 함께 "홍해 안보는 연안국만의 책임"이라며 에티오피아의 홍해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도 반군 지원국으로 지목했고, 두 나라는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이집트는 개입을 부인한다.
TPLF의 한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이 전쟁은 티그라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에리트레아와 수단이 얽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 국제사회의 대응과 미국의 엇박자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은 전쟁 첫날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촉구했고,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와 대화 복귀"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호는 엇갈린다. 전쟁 직전 에리트레아 제재를 풀고 에티오피아 무기 금수를 해제한 것은 후티 반군의 위협을 받는 홍해 해상로 안보에 두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무기와 자금 조달의 제약이 줄어든 상태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제재가 끝난 지 닷새 만에 같은 지역에서 다시 민간인 피해 보고가 나오고 있다.
전망
단기 전황은 정부에 유리하다. 메켈레를 되찾았고, 아파르의 요충지도 일부 회복했으며, 드론 전력에서 압도적이다. 한 소식통은 이코노미스트에 "TPLF 지도부가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를 장악하는 것과 전쟁을 끝내는 것은 다르다. TPLF는 첫 전쟁 때도 2020년 11월 메켈레를 빼앗긴 뒤 산악 지대에서 게릴라전으로 버텨 7개월 만에 도시를 되찾았다. 파노의 반란은 암하라에서 3년째 이어지고 있고, 오로모 지역의 반군도 활동 중이다. 여기에 에리트레아·수단·이집트가 얽힌 국가 간 대립이 더해졌다. 메켈레 함락은 끝이 아니라 더 길고 넓은 분쟁의 한 국면일 수 있다.
참고·사실 귀속
- 이코노미스트, "A disastrous new war threatens in Africa" (2026-09-23) — 전쟁 발발 경과, 동맹 구도, 웰디야·지부티 회랑 분석, 익명 관계자 발언
- 알자지라, 메켈레 장악·티그라이 평화군·에리트레아 단교 보도 (2026-10-02, 10-04)
- 유로뉴스, 아파르 진격·피란민 보도 (2026-09-28)
-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행정명령 14046 국가비상사태 만료 공지 (2026-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