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시게이트테크놀로지(STX) 주가가 6일(현지시간) 장중 7%대 하락했다.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기준 주가는 약 821달러로, 전일 종가 887달러보다 7.5%가량 낮다. 같은 업종의 웨스턴디지털(WDC)도 함께 약세를 보였다.
도시바 증산 우려 재차 반영
하락의 첫 번째 배경은 경쟁사 도시바의 증산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일 도시바가 AI 데이터센터용 HDD 생산능력을 2027 회계연도까지 약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필리핀 생산 설비에 약 600억 엔(약 3억8000만 달러)을 투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보도 직후인 2일 시게이트 주가는 10~13% 급락했다. 이번 주 들어서도 공급이 늘면 HDD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TDK 자기헤드 사업 두고 인수 경쟁
두 번째는 인수 경쟁 보도다. 블룸버그통신은 시게이트와 도시바가 일본 TDK의 HDD 자기헤드 사업 인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기헤드는 디스크에 데이터를 읽고 쓰는 핵심 부품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봄부터 TDK와 협의를 이어 왔고, 시게이트는 여름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거래 규모는 수십억 달러로 거론된다. HDD 수요가 강하다는 방증이지만, 인수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부담이 단기 투자 심리를 눌렀다.
AI 수요가 만든 공급 병목
시게이트 주가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를 크게 받아 왔다. 데이터센터에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근거리(nearline) HDD가 부족해지면서 주가는 연초 대비 200% 넘게 올랐다. 52주 최고가는 1145달러다.
회사 측은 근거리 HDD 물량 대부분이 2027~2028년까지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다고 밝혀 왔다. 월가에서도 도시바가 생산을 늘려도 당장 부족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시게이트는 디스크 원판(미디어)을 자체 생산하지만, 도시바는 핵심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TDK 헤드 사업 인수전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적 충격 아닌 밸류에이션 조정
이번 하락은 실적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공급 확대 가능성과 인수 경쟁 부담이 겹치면서 크게 오른 주가가 조정을 받는 성격이 강하다. 다음 확인 지점은 9월 분기 실적이다. 시게이트가 제시한 매출 가이던스는 41억 달러(±1억 달러)로, 실제 매출이 이 범위를 얼마나 웃도는지가 공급 과잉 우려를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