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년여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하고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병행하기로 했다.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정련업체를 통한 신규 조달 체계를 도입하며 자산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고, 국내 금 생산업체가 정련한 수출용 금을 새로운 조달 경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 상장지수펀드도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해당 자산은 외환보유액 통계상 금이 아닌 유가증권으로 분류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행은 2013년 2월 이후 약 13년간 중단됐던 금 매입을 재개하게 됐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운용 담당자인 정희섭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안전자산 수요 증가, 최근 국제 금 가격 조정으로 매입 부담이 완화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금협회 집계 기준 100개국 가운데 40위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해 98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13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규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금 보유량을 현재 수준인 104.4톤까지 확대했으나, 이후 국제 금값 하락으로 정치권의 비판을 받으면서 추가 매입을 중단했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금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가능성이 지적되며 금 매입 정책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매입과 함께 국내 정련업체가 생산하는 수출용 금을 활용하는 신규 조달 체계도 마련했다. 보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맡으며, 구체적인 보관 위치는 보안상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모두 영국 런던의 Bank of England에 보관돼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조달 경로와 보관 장소를 다변화해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고 원화로 금을 매입할 수 있는 장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 추세와도 맞물린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중앙은행 금 순매입 규모는 폴란드가 255.2톤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96.1톤, 인도 76.9톤이 뒤를 이었다. 또한 세계금협회가 74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45%가 향후 1년 내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60개국은 향후 5년간 금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