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장병 3명이 다친 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 유엔군사령부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군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은 "자작극"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이후 남측 DMZ에서 중상자가 나온 첫 지뢰 폭발이다.
수색로 개척 중 두 차례 폭발
사고는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쯤 육군 25사단 관할 DMZ,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났다. 장병 18명이 북한군의 MDL 이남 지뢰 매설 의심 지대를 확인하기 위한 유엔사 합동 현장조사에 앞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폭발이 두 차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색대대장(중령)을 포함한 2명이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고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부상한 한 부사관이 자신은 기어서 이동하겠다며 대대장을 먼저 후송하라고 했다는 진술도 전해졌다.
현장서 북한 수지 지뢰 추가 확인
군과 유엔사의 합동 현장조사는 9월 26일 시작됐다. 합동참모본부는 9월 28일 중간 결과에서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는 아군의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정에서 TNT와 갈색 이물질이 검출됐으며 철제 파편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9월 29일 3차 조사에서는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이 두 번째 폭발 지점 인근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폭발한 2발, 철수 과정에서 목격된 1발, 추가 발견된 1발을 합치면 현장 일대에 최소 4발이 1~2m 간격으로 몰려 있었던 셈이다. 국방부 장관은 유실된 지뢰가 아니라 매설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사 "정전협정 위반"…합참 "책임은 북한에"
유엔군사령부는 9월 30일 MDL 이남에서 북한 대인지뢰를 발견했다며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합참도 같은 날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며 북한에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단과 사과, 책임자 조치를 촉구했다. 합참은 이후 벌어지는 상황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
김여정 "자작극"…동부전선에도 의심 지대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9월 29일 담화에서 이번 사건을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같은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군인이 국경선을 넘은 적이 없다며,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고 이를 방해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0월 1일에는 위성·정보 분석 결과 비슷한 지뢰 의심 지대가 서부전선 25사단 지역뿐 아니라 동부전선 21사단(강원 양구) 일대에서도 식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풀과 나무를 걷어낸 불모지화 흔적과 지뢰열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군은 최종 판정이 나온 뒤 상응 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진상 규명을 우선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응 수단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