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두 살바도르인의 가족들이 1년 넘게 이들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강제실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글렌다와 카렌은 각각 자신의 형제인 엘머 콘셉시온 로메로 하네스와 케빈 롤란도 바레라 토레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1년 넘게 정부기관과 교도소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두 사람은 2025년 3월부터 4월 사이 미국에서 군용기를 통해 엘살바도르로 이송된 살바도르인들 가운데 포함됐다. 당시 같은 항공편에는 베네수엘라인 252명도 탑승했으며, 이들은 자국이 아닌 엘살바도르로 보내졌다.
양국 정부는 당시 추방된 사람들을 위험한 범죄자로 규정했다. 이들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정부의 갱단 단속 과정에서 건설된 고위험 보안 교도소 세코트로 이송됐다.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은 약 4개월 뒤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살바도르인들은 엘살바도르에 남아 구금됐다.
이후 인권단체들은 당시 군용기를 통해 엘살바도르로 이송된 살바도르인이 36명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족들은 이 가운데 11명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머의 가족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공개한 추방자 도착 영상에서 그를 확인했다. 케빈의 가족은 검찰을 통해 그가 2025년 3월 첫 번째 항공편으로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관련 문서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렌은 케빈이 추방된 이후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를 강제실종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은 국가기관이 관여한 상태에서 개인이 구금된 뒤 당국이 해당 인물의 운명이나 소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공개하지 않는 경우를 강제실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추방과 구금은 미국과 엘살바도르 사이의 이민 협정과도 관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대규모 추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엘살바도르는 이민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이 추방한 사람들을 엘살바도르에서 수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상에는 트렌 데 아라과와 MS-13 등 갱단에 소속된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포함됐으며,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 시민과 합법적 거주자까지 제안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엘살바도르의 제안을 ‘전례 없는 관대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2025년 9월 관련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살바도르 추방자들을 세코트에 수감하는 대가로 엘살바도르에 476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자금 지원 조건으로 엘살바도르가 망명 신청자들에게 자원이나 법률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추방 과정에서도 법적 논란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1798년에 제정된 외국인적법을 근거로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추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가와 인권단체들은 해당 법률이 외국과의 전쟁이나 침공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며, 불법 이민이나 조직범죄를 침공으로 간주해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워싱턴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가 추방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항공편이 계속 운항됐다는 법률가의 주장도 제기됐다.
트렌 데 아라과와 베네수엘라 정부의 연계 여부도 논란이 됐다. 미국 국가정보국의 비공개 해제 문건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해당 갱단을 지시하거나 통제 또는 조정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코트에 수감된 추방자들의 처우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인권단체 크리스토살과 휴먼라이츠워치는 추방자들이 세코트에서 심각하고 반복적인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2025년 7월 미국·엘살바도르·베네수엘라 간 협상을 거쳐 정치범들과 교환되는 방식으로 석방돼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살바도르인들은 계속 구금됐다.
인권단체 측은 미국 내 기록을 조사한 결과 살바도르인 가운데 폭력적이거나 잠재적으로 폭력적인 범죄 전력이 확인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미주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제기했고,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신원이 확인된 11명 가운데 6명의 구금 장소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세코트에, 5명은 산타아나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엘머의 경우 가족이 다른 수감자 가족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산타아나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6년 6월 미주인권위원회에 엘머가 산타아나 교도소에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상태로 구금돼 있다고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엘머의 가족에게 그가 엘살바도르에서 범죄 기록이 없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의 가족 역시 그가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뒤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케빈은 추방 직전 미국 텍사스주의 구금시설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추방 담당 직원과 함께 있다고 알렸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이민 당국과 외교부, 미국 대사관, 검찰, 교도소 등을 찾아다녔지만 케빈이 엘살바도르에 입국했다는 기록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추방이 완료되면 해당 인물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구금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가족들이 추방 이후 행방을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엘머는 2003년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임시보호신분을 취득했으며, 2004년 집단폭행과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1년 형기를 마친 뒤 석방돼 엘살바도르로 추방됐고, 2023년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다.
엘머는 미국에서 26개월간 구금된 뒤 2025년 3월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다. 가족들은 그가 아들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역시 과거 엘살바도르에서 갱단 연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전력이 있었지만 무혐의가 확인됐다고 가족 측은 주장했다. 이후 미국으로 이동해 뉴저지에서 건설업에 종사했으며 2025년 3월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다.
가족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일부 추방자들이 법적 근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돼 있다며 엘살바도르 정부의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