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포터다운의 가바히 로드에서 약 30년 만에 오렌지단(Orange Order) 행진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수천 명의 주민이 도로를 막아서면서 행진이 지연되고 있다.
영국 BBC와 아일랜드 RTÉ에 따르면 이번 행진은 개신교 계열 로열 오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조직인 오렌지단이 포터다운 시내에서 드럼크리 교회를 거쳐 가바히 로드로 돌아오는 경로로 계획됐다. 오렌지단은 가바히 로드가 전통적인 행진 경로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다수의 가톨릭 주민들은 반대해 왔다.
행진위원회(Parades Commission)는 지난 금요일 행진을 허용하되 참가자를 35명으로 제한하고 밴드 참여는 배제하도록 결정했다. 행진은 현지 시간 오전 8시에 시작해 90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이에 가바히 로드 주민연합이 법적 이의를 제기하면서 24시간에 걸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벨파스트 고등법원 험프리스 판사는 일요일 새벽 2시 15분 13시간에 걸친 심리 끝에 행진위원회 결정을 사법심사로 뒤집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장에서는 긴장이 고조됐다. 이른 아침부터 가바히 로드 하단에 약 1000명이 모여 도로를 차단했으며, 도로 중간과 상단에도 별도의 무리가 형성됐다. 차량 두 대가 도로를 가로막았고, 쓰레기통 뚜껑을 바닥에 내리치는 옛 공화파 방식의 시위도 되살아났다. 경찰(PSNI)은 확성기로 시위대에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렌던 막 키온나허 가바히 로드 주민연합 대표는 경찰에 의해 끌려갈 경우 깨진 유리에 다치지 않도록 도로와 인도의 유리를 치우라고 당부했다.
오전 8시 직전 드럼크리 교회 앞에 집결한 포터다운 지구 오렌지단원 35명은 출발 준비를 마쳤으나, 경찰이 도로를 확보하지 못해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교회 안으로 돌아가 대기했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 대표는 현장에서 "우리는 가바히 로드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이 지역을 통과하는 행진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담당 국무장관과 PSNI 경찰청장의 개입을 촉구하며 지난 30년간의 진전이 훼손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연합당(DUP)의 칼라 록하트 하원의원은 "우리는 법정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고 법은 우리 편"이라며 오렌지단이 드럼크리 교회에서 계속 대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밴드 없이 35명이 조용히 평화롭게 도로를 걷는 것"이라며 신페인 지도부의 현장 발언을 "히스테리 조장"이라고 비판했다. DUP는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수석장관의 지위가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성명을 내고 벨파스트 법원 절차를 밤새 주시해 왔다며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바히 로드 주민들을 포함한 주요 대화 상대와 계속 접촉하겠다며 "성금요일협정 아래 수년간 이뤄온 화해의 진전을 상기하며 과거의 분열로 되돌아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이 행진을 둘러싼 갈등은 북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심각한 소요 사태 중 하나로 번졌으며, 이를 계기로 논쟁적 행진을 심의하는 행진위원회가 설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