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메모리 공급부족 장기화' 전망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주를 끌어올렸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장 초반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같은 AI 수혜주로 묶이던 하드디스크 업체 시게이트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밀렸다.
SK하이닉스 "공급부족, 2030년까지 갈 수도"
SK하이닉스는 2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초기 출하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이끌었다. 회사는 2027~2028년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이 이미 장기공급계약으로 묶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추론 수요가 급증하고, 수요처가 클라우드 업체에서 로봇·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AI'로 넓어지면서 메모리 공급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4/7월스트리트는 미국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이 장 초반 7% 안팎 올랐다고 전했다.
마이크론 4%·삼성전자 9% 급등
메모리 동종 업체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4%, 삼성전자는 서울 증시에서 9% 뛰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도 2% 넘게 올랐다. 엔비디아는 장 초반 1% 가까이 오르다 상승폭을 줄였고, AMD와 브로드컴은 소폭 상승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증시에서 D램과 HBM 업황을 가장 직접 반영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마니시 바티아 마이크론 사장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수요와 공급이 언제 균형을 이룰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에는 브로드컴이 앤스로픽용 맞춤형 AI 칩 개발을 위해 630억달러(약 90조원) 규모의 은행 금융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앤스로픽의 상장 신청, 메타의 대규모 자금조달과 맞물려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반도체주 전반이 올랐다.
시게이트는 '팔자'…메모리와 하드디스크 갈렸다
AI 관련주가 모두 오른 것은 아니다. 시게이트는 27일 장 마감 뒤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넘었지만 28일 장 초반 1~2% 내렸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 출하한 저장 용량은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올해 들어 주가가 140%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도 나왔다.
24/7월스트리트는 시게이트의 매출총이익률 개선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애널리스트 지적과 함께, 도시바의 증설이 2028년 장기계약 갱신을 앞둔 하드디스크 가격 결정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29일 실적 발표를 앞둔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는 시게이트가 고객사 저장장치 물량이 2028~2030년까지 확보됐다고 밝힌 데 힘입어 개장 전 거래에서 4% 넘게 올랐다.
하반기 'AI 정점론' 걷힐까
메모리·저장장치주는 상반기 미국 증시의 최대 승자였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갈지에 대한 의구심 속에 고전해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샌디스크·마이크론·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은 하반기 수익률 기준 S&P500 하위 10%에 머물러 있다. 마이크론은 9월 말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이후 주가가 15% 빠졌다.
시장은 이번 주 이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 실적에서 AI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는지를 다음 시험대로 보고 있다. 실적 호조가 한 분기에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는 확인이 있어야 메모리주의 반등이 추세로 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