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업은 지금 하나의 자연 실험을 치르고 있다. 세계 3대 음반사 중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소니뮤직은 미국 AI 음악 생성 기업 수노(Suno)를 상대로 9월 18일 두 번째 소송을 냈다. 같은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렸던 워너뮤직그룹(WMG)은 지난해 11월 수노와 합의했고, 이번 회계연도부터 AI 제휴 수익이 들어온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같은 상대를 두고 한쪽은 법정 싸움을, 다른 쪽은 라이선스 거래를 택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0월 5일 이 대립을 "냅스터의 새 장(章)"이라 불렀다. 지금 음반사 경영진 상당수는 1999년 냅스터의 불법 파일 공유가 산업을 무너뜨리던 시기에 업계에 들어왔다. 그들은 기술 변화에 다시 허를 찔리지 않으려 한다. 이 기사는 소송과 거래의 내용, 그리고 그 밑에 깔린 기술·법·경제 구조를 차례로 살펴본다.
1. 숫자로 본 현재: 스트리밍의 회복, 그리고 '슬롭'의 범람
20년 걸린 회복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녹음 음악 매출은 전년보다 6.4% 늘어난 317억 달러로 11년 연속 성장했다. 스트리밍이 전체의 69.6%, 그중 유료 구독이 52.4%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회복은 오래 걸렸다. 이코노미스트 집계로는 냅스터 시대의 불법 공유로 무너진 매출이 합법 스트리밍을 거쳐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그것도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20년이 넘게 걸렸다. 음반사들이 AI를 두고 과민할 만큼 경계하는 이유다.
업로드의 절반이 AI
프랑스 스트리밍 기업 디저(Deezer, DEEZR)의 알렉시스 랑테르니에 최고경영자는 하루에 약 9만 곡, 전체 업로드의 절반이 완전히 기계가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스포티파이(Spotify, SPOT)는 지난 1년 동안 '스팸성 트랙' 7,500만 개를 삭제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사람이 들으라고 만든 음악이 아니다. 봇 농장이 대량으로 올리고, 다시 봇으로 재생해 저작권료를 빼내는 스트리밍 사기의 재료다.
이것이 왜 다른 음악가에게도 손해인지는 스트리밍의 정산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비례 배분(pro-rata) 방식을 쓴다. 한 달 동안 걷은 구독료·광고 수입에서 플랫폼 몫을 뺀 금액을 하나의 '풀'로 모은 뒤, 전체 재생 횟수에서 각 곡이 차지한 비율대로 나눈다. 가짜 곡이 가짜 재생으로 풀의 1%를 가져가면 진짜 음악가 전체의 몫이 1% 줄어든다. 피해가 특정 가수가 아니라 풀 전체로 퍼지는 구조다. 스포티파이가 2024년부터 연간 재생 1,000회 미만 곡에는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고, 디저가 UMG와 함께 '아티스트 중심' 정산 모델을 도입한 것은 이 희석을 막으려는 조치다.
디저는 특정 생성 모델이 남기는 음향적 흔적을 잡아내는 분류기로 AI 곡을 판별해 표시하고, 추천·편집 플레이리스트에서 뺀다. 다만 이런 탐지는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다시 학습해야 하는 추격전이다.
한편 많은 음악가가 AI를 합법적으로, 창작 보조 도구로 쓴다. 랑테르니에는 이를 비만 치료제에 빗댔다. "오젬픽 같다. 다들 쓰지만 아무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2. AI는 음악을 어떻게 만드나
수노는 모델 구조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음악·음성 생성 분야의 일반적인 방법을 보면 법적 쟁점이 왜 생기는지 이해할 수 있다.
① 소리를 토큰으로 바꾼다. CD 음질 음악은 1초에 4만4,100개의 숫자(샘플)로 이뤄진다. 이 숫자열을 그대로 다루기에는 너무 길다. 그래서 먼저 신경망 오디오 코덱이 파형을 압축해 1초당 수십~수백 개의 이산적 기호, 곧 토큰으로 바꾼다. 문장을 단어 조각으로 쪼개는 것과 같은 원리다.
② 다음 토큰을 예측한다. 대형 언어 모델이 다음 단어를 예측하듯, 트랜스포머 모델이 가사·장르·분위기 같은 텍스트 조건을 받아 다음 오디오 토큰을 예측한다. 무작위 잡음을 단계적으로 걷어내며 소리를 만드는 확산(diffusion) 모델도 쓰인다.
③ 다시 소리로 되돌린다. 생성된 토큰열을 코덱의 디코더가 파형으로 복원하면 곡이 된다.
이 모델이 그럴듯한 음악을 만들려면 수천만 곡 규모의 데이터에서 리듬, 화성 진행, 음색, 보컬 발성, 믹싱 방식의 통계적 패턴을 학습해야 한다. 수노도 학습에 쓴 수천만 곡 가운데 저작권 보호 녹음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한다. 쟁점은 그 학습이 '복제'인지, 사람이 수많은 음악을 듣고 스타일을 익히는 것과 같은 '배움'인지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위험도 있다. 학습 데이터에 자주 나온 곡일수록 모델이 특정 멜로디나 음색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암기(memorization)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출력물 자체가 원곡의 복제가 될 수 있다.
3. 소송: 6만 곡과 '세탁' 논리
2024년 첫 소송에서 2026년 두 번째 소송까지
2024년 6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3대 음반사를 대리해 수노를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비슷한 서비스인 유디오(Udio)를 뉴욕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첫 소장이 특정한 저작물은 수백 곡 수준이었다. 원고들은 이후 오디오 지문 인식으로 수노 학습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녹음 약 6만1,000곡을 찾아내 소송 대상을 넓히려 했고, 수노는 사실 조사 막바지에 범위를 갑자기 늘리는 것은 절차상 부당하다며 맞섰다.
그사이 지형이 바뀌었다. UMG와 WMG는 2025년 하반기 유디오와 각각 라이선스 합의를 맺었고, WMG는 11월 수노와도 합의했다. 수노에 맞서는 원고로는 UMG와 소니가 남았다.
9월 18일 UMG와 소니는 같은 법원에 새 소송을 냈다. 아브릴 라빈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6만 곡 이상(소장 기준 6만202곡)의 녹음이 무단으로 학습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고의 침해에 대해 저작물 1건당 최대 15만 달러의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한다. 6만 곡에 최대치를 곱하면 이론상 90억 달러가 넘는다. WMG 시가총액(142억 달러)의 3분의 2에 이르는 액수다. 실제 판결액이 상한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어, 이코노미스트는 이 숫자가 거액 배상 요구이거나 유리한 라이선스 계약을 얻어 내기 위한 압박일 수 있다고 봤다.
"새 모델은 옛 모델의 세탁본"
새 소송의 기술적 핵심은 수노의 신모델 v6를 겨냥한다. 수노는 9월 9일 v6를 내놓으며 WMG·BMG·빌리브 등 제휴사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음악으로만 처음부터 새로 학습한 첫 모델군이라고 밝혔다. 기존 모델은 모두 같은 날 은퇴시켰다.
UMG와 소니는 v6가 이전의 무단 학습 모델이 만든 출력물로 학습됐다고 주장한다. "침해 모델의 출력으로 '새'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침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세탁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수노는 v6 학습에 사용자 업로드 음원이 아니라 이용자 선호 신호를 썼다고 설명한다.
이 다툼은 AI 연구에서 널리 쓰이는 지식 증류(distillation)나 합성 데이터 학습과 맞닿아 있다. 큰 모델의 출력으로 새 모델을 학습시키면 원래 모델이 데이터에서 배운 분포가 상당 부분 새 모델로 옮겨 간다. 원고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옛 학습 데이터의 흔적이 v6에 남아 있다고 볼 근거가 된다. 반대로 수노가 v6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문서로 증명하면 원고의 주장은 힘을 잃는다. 어떤 결론이 나든 '라이선스 데이터로 다시 학습하면 과거 침해와 단절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법적 판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4. 공정이용: 아직 답이 없는 질문
수노의 핵심 방어 논리는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이용(fair use)이다. 법원은 네 가지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
- 이용의 목적과 성격: 원저작물을 새로운 목적으로 변형했는가, 상업적인가. 스타일을 배워 새 곡을 만드는 것이 '변형적' 이용인지가 쟁점이다.
- 저작물의 성격: 창작성이 높은 저작물일수록 보호가 강하다. 음악 녹음은 창작성이 높은 저작물이다.
- 이용된 분량: 얼마나 많이, 핵심 부분을 썼는가. 모델 학습에는 곡 전체가 복제된다.
- 시장에 미치는 영향: 원저작물이나 그 라이선스 시장을 대체하는가. AI 곡은 배경음악·플레이리스트 수요를 직접 대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창작 업계가 AI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이 100건을 넘는다. 피고에는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있으며, 상당수가 공정이용 판단에 달려 있다. (앤트로픽은 이 기사 작성에 쓰인 AI 모델 Claude의 개발사다.) 2025년 6월 앤트로픽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합법적으로 구한 책으로 모델을 학습시킨 것은 공정이용이지만 해적판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책을 보관한 것은 별개 문제라고 판단했고, 이후 대규모 합의로 이어졌다. 같은 달 메타 사건의 판사는 AI 출력이 원저작물 시장을 잠식하는 '시장 희석'이 강력한 반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악은 네 번째 요소에서 특히 불리할 수 있다. 책을 학습한 언어 모델의 답변은 원래 책을 대체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AI가 만든 잔잔한 피아노곡이나 로파이 비트는 사람이 만든 같은 장르의 곡과 같은 재생 목록, 같은 저작권료 풀에서 직접 경쟁한다. 다만 아직 음악 생성 AI에 대한 최종 판결은 없다.
이 불확실성이 WMG가 합의한 이유다. 로버트 킨슬 WMG 최고경영자는 "법원이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상대가 공정이용 주장을 포기하고 돈을 내기 시작한다면 왜 기다리겠는가"라고 말했다.
5. 거래: '슈퍼팬'에게 돈을 받는 모델
수노·워너: 옵트인 수익 분배
v6 체계에서 참여에 동의(옵트인)한 아티스트와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이 쓰일 때 수노의 구독 수익을 나눠 받는다. 킨슬은 팬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리믹스하거나 서로 다른 곡을 섞는 매시업이 새 수입원이 될 것으로 본다. 그가 든 예는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에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를 입힌 곡이다. "그냥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UMG·스포티파이·일레븐랩스: 공식 리믹스 시장
UMG도 올해 스포티파이, AI 음성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슈퍼팬'이 UMG 음악을 재가공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샘 뒤보프 스포티파이 마케팅 책임자는 일부 플랫폼에서 무단 리믹스·커버가 한 달에 10억 건 올라온다고 추정한다. 스포티파이는 이 회색 시장을 정식 시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마이클 내시 UMG 디지털 전략 책임자는 스트리밍 이용자의 20~30%가 AI 기반 슈퍼팬 상품에 지금 구독료의 최대 두 배를 낼 의향이 있다고 본다.
이 계산이 맞다면 경제적 의미가 크다. 스트리밍 성장이 가입자 증가에서 가입자당 매출 증가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 새 고가 요금제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빈칸: 스타가 없다
그러나 결정적인 빈칸이 있다. UMG·WMG·스포티파이·수노 누구도 참여에 서명한 대형 스타를 공개하지 않았다. 내시는 UMG 아티스트 1,000명의 참여를 기대하지만, 자기 목소리와 곡이 마음대로 섞이는 것을 꺼리는 예술적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 팬들이 정말 돈을 낼지는 스타가 참여하기 전까지 검증할 수 없다.
6. 시장의 시선: 희소성은 유지될까
투자자들은 걱정하는 쪽이다. 상장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워너뮤직그룹(WMG)의 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매출 규모로 둘 사이에 있는 소니뮤직은 비상장이다. 반면 창업 4년 차인 수노의 기업가치는 54억 달러로 평가된다. WMG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넘는다.
미래를 두고는 두 시나리오가 맞선다.
분열 시나리오. 시장조사업체 MIDiA 리서치의 마크 멀리건은 음반사·플랫폼의 AI 제휴를 방어적 성격으로 본다. "그들은 AI에 통제당하기보다 AI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는 기술이 진입 장벽을 낮춰 음반 계약 없이 성공하는 신인과 새 스트리밍 플랫폼이 늘어나고, 결국 "더 파편화된 음악 세계"가 올 것으로 본다.
희소성 시나리오. UMG와 스포티파이 경영진은 반대로 슈퍼스타 시대의 특징인 희소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내시는 진입 장벽이 낮아져 이득을 보는 쪽은 신인이 아니라 "서비스를 콘텐츠로 융단폭격하는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공급이 무한해질수록 사람의 주목은 더 희소해지고, 그 주목을 모으는 마케팅·홍보·팬덤 관리 능력이 음반사의 진짜 자산이라는 논리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UMG 소속이라는 사실이 이 논리를 상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결론 냈다. 희소성은 영리한 마케팅과 홍보, 청중 개발에서 나온다. AI가 그것까지 복제하는 법을 배운다면 음악 산업은 깊은 곤경에 빠질 것이다.
맺음말: 냅스터의 교훈은 무엇이었나
냅스터 시대에 음반사들은 소송으로 냅스터를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산업을 다시 세운 것은 아이튠스와 스포티파이처럼 그 수요를 합법적 상품으로 바꾼 사업자였다. 그 과정에서 유통의 주도권은 상당 부분 기술 기업으로 넘어갔다.
지금 UMG·소니의 소송과 WMG의 합의는 같은 교훈을 서로 다르게 읽은 결과다. 소송은 학습 데이터에 값을 매기는 협상력을 지키려는 전략이고, 합의는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새 시장의 규칙을 먼저 쓰려는 전략이다. 두 전략은 배타적이지도 않다. 소송으로 압박하면서 협상하는 것이 이 업계의 오래된 방식이다. 결과를 가를 변수는 세 가지다. 법원이 '음악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볼지, 라이선스 데이터로 다시 학습하면 과거와 단절된다고 볼지, 그리고 스타와 팬이 공식 AI 리믹스 시장에 실제로 들어올지다.
용어 풀이
- 비례 배분(pro-rata) 정산: 플랫폼 전체 수익을 재생 횟수 비율대로 나누는 방식. 가짜 재생이 늘면 모든 권리자의 몫이 줄어든다.
- 신경망 오디오 코덱: 소리를 짧은 이산 기호(토큰) 열로 압축하고 다시 복원하는 신경망. AI 음악 생성의 기본 부품이다.
- 지식 증류(distillation): 기존 모델의 출력으로 새 모델을 학습시켜 지식을 옮기는 기법.
- 공정이용(fair use): 미국 저작권법에서 허락 없는 이용이라도 목적·성격·분량·시장 영향을 종합해 침해가 아니라고 보는 예외.
- 법정손해배상(statutory damages):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법이 정한 범위(미국은 저작물당 750~3만 달러, 고의 침해 시 최대 15만 달러)에서 배상을 인정하는 제도.
- 옵트인(opt-in):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해야 참여하는 방식.
참고·사실 귀속
- 이코노미스트, "Record labels are in a spin over AI music" (2026-10-05) — 랑테르니에·킨슬·뒤보프·내시·멀리건 발언, 디저·스포티파이 수치, 수노 기업가치·WMG 시가총액, 슈퍼팬 지불 의향 추정
- IFPI, Global Music Report 2026 — 2025년 세계 녹음 음악 매출
- Music Business Worldwide, 6만1,000곡 소송 범위 확대 다툼 보도
- 수노 v6 출시(2026-09-09) 및 UMG·소니 신규 소송(2026-09-18) 관련 업계 보도
- 미국 저작권법 17 U.S.C. §107(공정이용), §504(c)(법정손해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