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료 수출 허가 전면 동결…'호르무즈 위기' 버텨온 석유 전략에 균열

1시간 전2중국, 베이징

중국이 10월 1일부터 휘발유·경유·항공유 수출 허가 발급을 기한 없이 중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 정상회담에서 연료 수출 확대를 요청한 지 일주일 만이다. 상반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며 위기를 넘긴 중국의 정부 주도 석유 관리가 국내 연료 재고 감소, 국제 유가 왜곡, 정유사 손실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중국 연료 수출은 40% 줄어들 전망이어서 세계 경유 수급도 더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0월 1일부터 모든 정제유 수출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적인 경유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이 연료 수출을 늘려 달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요청했다. 중국은 일주일 뒤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 분석 기사에서 이번 조치가 겉으로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모양새지만, 중국 에너지 수급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빠듯하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상반기엔 '선방'…수입 절반 줄이고도 경기 충격 피해

호르무즈 해협 위기 초기만 해도 중국의 대응은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걸프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던 중국은 4~6월 원유 수입을 하루 600만 배럴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였다. 국제 유가 안정에 보탬이 됐고, 국내 경기 침체로 번지지도 않았다. 수년간 쌓아 온 석유 비축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쟁 직후인 3월 중국 정부는 홍콩·마카오행을 제외한 휘발유·경유·항공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 공급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저장 탱크가 차자 국영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낮췄고, 원유 재고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줄었다. 가격이 오르면서 시민들이 전기 택시나 대중교통으로 옮겨 가 연료 수요도 감소했다.

6월 미국과 이란이 합의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가 일부 흐르기 시작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72달러까지 내렸다. 5월 평균은 104달러였다. 하지만 정제유 가격은 계속 높았다. 걸프 지역 연료 수출이 제한된 데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 수출도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 마진이 커지자 업계는 금지 조치를 풀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2월 재고 유지' 조건부 허용이 시장을 왜곡했다

중국 정부는 7월 수출을 다시 허용하면서 조건을 붙였다. 국영 석유기업의 연료 재고를 전쟁 전인 2월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매달 20일 전후로 재고를 점검하고, 기준을 충족한 기업만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수출 쿼터는 국영 대기업과 민간 정유사 룽성(榮盛)만 갖고 있다.

이 규칙 덕분에 9월 경유 수출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기업들의 행태도 바뀌었다. 국영 기업들은 허가 요건을 맞추려고 동부 연안의 중소 독립 정유사, 이른바 '티팟(teapot)'에서 정제유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수출 금지가 언제 다시 내려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원유 확보 경쟁에도 나섰다.

경유 수출 마진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9월에는 이 경쟁이 더 거세졌다. 중국 정유사들은 보통 4개월 앞서 원유를 사지만, 9월에는 4주 안에 받는 물량을 주문했다. 구매 대금을 마련하려고 12월 도착 예정이던 물량을 되팔기도 했다. 나중에 받을 원유를 당장 정제할 원유와 맞바꾼 셈이다.

브렌트유 다시 100달러…유조선 운임은 연초의 24배

중국의 대량 구매는 국제 시장을 흔들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물량이 늘었는데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로 돌아왔다. 즉시 인도분 가격은 몇 주 뒤 인도분보다 배럴당 약 25달러 비싸다. 중국이 선호하는 걸프산 원유에도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오만산 원유를 중국까지 실어 나르는 운임은 배럴당 36달러로, 연초 1.5달러의 24배에 이른다.

원가가 오르자 중국 내 연료 도매가격도 뛰었다. 반면 정부가 통제하는 소매가격은 덜 올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도매가보다도 낮다. 국내에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 정유사들은 내수 공급을 꺼리고 있다.

연료 재고 6,500만 배럴 감소…"경유 사려면 담배도 사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제유 재고가 전쟁 이후 6,500만 배럴 줄어 약 3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남은 재고 상당 부분은 수출 허가 기준을 맞추려고 묶어 둔 '사장 재고'라는 지적이다.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는 9월 말 국영 기업들의 연료 재고가 2월보다 2% 적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재고를 다시 채우기도 쉽지 않다. 티팟 정유사들은 그동안 원유 대부분을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할인된 가격에 들여왔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봉쇄로 수출이 막혔고, 베네수엘라산은 미국 제재가 풀린 뒤 값이 올라 이들이 사기 어려워졌다.

소매 현장에서도 공급난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주유소는 가장 귀한 경유를 팔면서 담배를 함께 사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국경절 황금연휴 첫날 수출 허가를 멈춘 것도 연휴 연료 수요 급증을 앞두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10월 수출 40% 감소 전망…중국 정유사도 손실

기업들이 9월에 허가를 대거 받아 둔 덕에 남은 허가분은 있다. 그래도 10월 중국의 연료 수출은 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경유·휘발유·항공유 수출의 8%를 차지했다. 국제 수급은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계약한 수출 물량을 내보내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대체 물량을 구해야 한다. 아거스미디어의 톰 리드는 경유 한 척 분량을 기준으로 2,000만 달러 이익이 1,000만 달러 손실로 바뀔 수 있다고 계산했다.

비싼 연료, 보조금 부담, 비축 감소 사이의 선택

연료 재고를 회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첫째는 소매가격을 더 올려 정유사가 내수 공급을 늘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가격도 소비자에게 부담이 크다. 국영 기업에 손실을 감수하고 팔게 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최대 주주인 국가가 비용을 떠안는다.

둘째는 정제할 원유를 더 확보하는 것이다. S&P글로벌의 프레마시시 다스는 중국이 원유 비축분을 쓰지 않고 정제유 공급을 안정시키려면 하루 950만~1,000만 배럴을 수입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지난달보다 하루 200만 배럴 많은 양이다. 끊긴 이란·베네수엘라산 하루 약 200만 배럴도 국제 시장에서 대신 구해야 한다. 걸프 지역 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은 방법은 전략 비축유를 더 쓰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약 11억 배럴로, 전쟁 전 수입량 기준 약 100일분이다. 5월 이후 줄어든 속도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 미만으로 크지 않았다. 이란 전쟁이 끝날 기미가 없어 중국 정부는 비축유를 더 줄이는 데 신중하다. 그러나 연료 가격 인상, 보조금 확대, 비축 감소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을 계속 미루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올겨울 세계 에너지 시장이 받을 충격의 크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외신 보도·공개 데이터를 AI가 한국어 기사로 재구성하고, 사람이 최종 검수한 뒤 게재했습니다.

이 기사에 반응 남기기

#중국#석유#정제유 수출#호르무즈#브렌트유

댓글

주제·종목·핵심 키워드와 최신성을 바탕으로 골랐습니다.